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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31 18:48 수정 : 2005.09.01 02:24

뉴올리언스 전기·수도 끊기고 곳곳서 약탈
한인동포 2000여명 거주지역도 피해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가 물에 잠긴 채 외부와 고립돼 무정부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 루이지애나주의 중심도시 뉴올리언스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비껴간 29일(현지시각)까지만 해도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고 안도했다. 그러나 폰차트레인 호수를 막는 제방 두 곳이 터지면서 30일 오전엔 도시 전체가 온통 물바다로 변해버렸다.

전력과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식료품마저 고갈돼 가는 상황에서 시정부는 모든 주민들에게 외부로 이주하라고 명령했다. <아에프페 통신>은 적어도 125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또 수천명의 주민들이 아직 집 지붕이나 다락방 등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엔엔방송>은 “최소한 한 곳 이상의 고층건물이 불에 타고, 거리에선 총소리가 들려온다. 수백명의 약탈자들이 텅빈 도심 중심가 상점들을 습격하고 있다”고 뉴올리언스의 참상을 전했다.

뉴올리언스 단면도
졸지에 물바다로=뉴올리언스는 미시시피강과 폰차트레인호수 사이에 자리잡은 도시로, 시의 70%가 해수면보다 낮다. 이 때문에 강과 호수 양쪽을 막는 높이 5~7m의 제방에 의지해 온, 홍수에 극히 취약한 대도시다. 이에 따라 시당국은 50여만명의 도시주민 전체에 강제소개령을 내렸고 이중 40여만명이 도시를 이미 떠났다.

시 당국은 카트리나가 비껴가면서 홍수의 위험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았으나, 29일 밤 시내 북쪽의 폰차트레인 제방 두 곳에서 거대한 균열이 발견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레이 나긴 시장은 “시의 80%가 물에 잠겼고, 깊은 곳의 수심은 최대 6m까지 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30일 오후엔 시내 일부 지역의 수심이 시간당 7~8㎝씩 높아졌다. 시당국은 밀려드는 물로 한 곳의 균열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연방긴급지원팀은 균열이 생긴 곳에 헬리콥터로 3천t의 모래가방을 투하시켜 물길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한인동포들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2천여 교민이 모여 사는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 인근의 메터리와 캐너 지역이 2m 가까이 물에 잠겼다고 <연합뉴스>가 현지 교민의 말을 빌어 보도했다.

한편에선 구조, 한편에선 약탈=30일 하루 동안 해안경비대 등의 구조헬기가 도시 인근에서 1200여명을 구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더 고립돼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에이피통신>은 “구조대원들이 물에 떠다니는 시체는 내버려둔 채 우선 구조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인명구조 지원을 위해 6척의 해군 함정과 해군 구조팀, 쾌속선 구조팀을 현장에 급파했다.

텅빈 도심에선 상점 약탈행위가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다. 일부 약탈자들은 저지하는 경찰에 총격을 가해 경찰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에이피 통신>은 “상점들이 몰려있는 커넬 거리에선 약탈자들이 옷가게와 보석가게를 부수고 들어가 물건을 훔쳐냈다. 월마트에선 쇼핑카트에 물건을 싣고 달아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복구에 수개월 걸릴 듯=뉴올리언스로 통하는 주요 도로는 중간중간 물에 잠기며 모두 끊겼다. 2개 공항에도 물이 차고 있다고 시당국은 밝혔다. 구호팀 관계자들은 “시에 물품을 공급할 수 있는 도로는 딱 1개밖에 없다”고 밝혔다.

도시 전체가 고립된 채 생필품이 바닥나기 시작하자, 시정부는 이날 모든 주민들에게 외부로 빨리 빠져나가라고 지시했다. 시정부도 130㎞ 북쪽 외곽으로 이동했고, 종합병원과 대피소로 이용됐던 호텔 인원도 이동을 시작했다. 나긴 시장은 “미식축구경기장 슈퍼돔에 대피해 있던 1만4천~1만6천여명의 주민들도 외곽으로 이동시키겠다”고 밝혔다. 언론들은 슈퍼돔 바닥에도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물이 빠지는 데만 최소한 1~2주, 주민들이 다시 돌아올 여건을 만드는 데는 최소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시관리들은 예상했다. 물이 빠지더라도 건물 붕괴나 전염병 우려 등으로 시 기능은 상당기간 상실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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