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마테이와 결선투표 하지만
뒤집어질 가능성 사실상 없어
‘좌파연합’ 의회 선거선 완승 실패
대학 무상교육 등 사회혁신 공약
전면 실현하기엔 난항 불가피
뒤집어질 가능성 사실상 없어
‘좌파연합’ 의회 선거선 완승 실패
대학 무상교육 등 사회혁신 공약
전면 실현하기엔 난항 불가피
칠레 차기 대통령 확정이 한달 뒤 결선투표로 미뤄졌다.
17일 치러진 칠레 대선에서 야권 범좌파연합 ‘누에바 마요리아’의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이 1위를 차지했지만, 99.9% 개표 현재 46.67%를 득표해 과반수를 못 넘기고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우파연합 ‘알리안사’의 에벨린 마테이는 25.01%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12월15일 결선투표는 1·2위 양자 대결로 치러진다. 3위는 마르코 엔리케스오미나미(진보당, 10.98%), 4위는 프랑코 파리시(무소속, 10.11%)가 차지했다.
결과가 발표된 뒤 무대에서 춤을 춘 바첼레트는 “후보가 9명이나 출마한 점 등을 고려할 때 1차 투표에서 당선되기는 어렵다는 걸 알았다”며 “현대적이고 연대하는 공평한 칠레를 만들려는 우리의 제안에 (유권자들이) 절대적 지지를 보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테이는 20년 만에 1차에서 당선자가 확정되는 완패는 일단 피했다.
2차 결선투표에서 바첼레트의 우세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3위 엔리케스오미나미는 이날 “내 결선 후보는 제헌의회다”라고 밝혔다. 그는 전면적 사회개혁을 위해 제헌의회를 구성하고 헌법을 뜯어고치자는 좌파다. 중도 성향인 4위 파리시는 이날 바첼레트에게 정중한 축하인사를 하고 “마테이와 같이 나쁜 사람은 결코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3% 이하 득표율을 기록한 나머지 5명 후보도 중도나 좌파 성향이다. 결국, 결선투표에서는 우파의 참패가 예상된다. 마테이는 “꿈이 가능하다고 계속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의회 선거에서 좌파가 압승을 거두지 못해, 바첼레트가 당선돼도 난항은 불가피하다. 상원 38석 가운데 20석과 하원 120석 전원을 새로 뽑은 이날 선거에서 좌파연합은 상원에서 1석을 늘려 21석, 하원에서 11석을 늘렸지만 좌파 성향 무소속 등을 포함해 72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조세형평성 강화 및 의료서비스 개선 등 일부 법률 개정은 가능해졌지만, 사회당 소속 바첼레트가 내건 사회혁신안을 전면 실현하는 데 필요한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상원 26석과 하원 80석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사회 변화의 열망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2011~2012년 대학생 시위를 이끈 학생 지도자 4명이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칠레대 학생회장 출신의 카밀라 바예호(공산당), 수도 산티아고 중심에서 당선된 조르조 잭슨(무소속) 등이다. 하원에서 사회당 의석은 11석에서 17석으로, 공산당은 3석에서 6석으로 늘었다. 투표용지에 제헌의회를 상징하는 ‘AC’ 표시를 한 표도 8%에 이르렀다. 칠레는 월 최저임금이 21만페소(약 42만7000원)인데, 물가는 높아 500㎖ 생수가 500페소(약 1000원)나 한다. 빈부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악이다. 최근 구청 직원들까지 잇따라 파업에 나서는 등 사회 변화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우파의 참패는 예견된 일이다. 마테이가 얻은 25%는 우파인 현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이 2009년 대선 1차 투표에서 얻은 44.0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중도좌파연합 ‘콘세르타시온’이 20년 동안 집권한 뒤 변화의 욕구 속에서 집권한 우파가 빈부격차 해소 등 공정한 분배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 결과다. 특히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세력이 득세하는 마테이 소속 정당 독립민주연합(UDI)은 거물 등을 포함해 상원 3석, 하원 9석을 잃으며 몰락세에 접어들었다. 칠레 일간 <라테르세라>는 18일 “정책대안을 내놓지 못한 무능한 지도부와 여권 전체에 대한 심판”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의무투표제에서 자율투표제로 바꿔 치러진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민주화 뒤 최저인 49%에 그쳤다.
산티아고/김순배 통신원 otromundo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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