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산타? 잘 지내? 나는 잘 있어. 나 크리스마스에 갖고 싶은 게 있어. 바로 이거야’
크리스마스를 3주 앞둔 4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 꼬마가 쓴 것으로 알려진 ‘아마존 유알엘(url) 편지’가 빠른 속도로 공유되면서 훈훈한 화제를 뿌렸다. 형형색색의 크레파스로 쓰인 이 편지는 삐뚤삐뚤한 아이 글씨체로 받고 싶은 선물의 인터넷 쇼핑몰 유알엘(주소)을 한 자씩 꼼꼼하게 써 누리꾼들을 웃음 짓게 했다.
이 편지는 애초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12분 ‘게쿼맨’(@Gequeoman)이라는 계정의 누리꾼이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 파일로 첨부해 올리면서 전 세계 누리꾼들에게 빠른 속도로 공유됐다. 검색어와 각종 코드가 숨겨진, 수백 자나 되는 대형 쇼핑몰 아마존의 상품 유알엘을 특수문자까지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쓴 편지에 ‘Chris Le’라는 누리꾼은 “어떻게 저렇게 긴 유알엘을 다 썼을까”라며 꼬마를 응원했다. “귀엽다”거나 “정작 엄마 아빠는 과연 이 편지를 볼까?”라는 반응을 나타내며 즐거워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이 글은 트위터상에 8510번 리트위트 되고, 3648번 관심글로 저장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화제를 뿌리면서 이 유알엘이 실제로 가리키는 선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결국 이 유알엘을 한자씩 다시 받아친 누리꾼들이 ‘수사력’을 발휘하면서 이 꼬마가 받고 싶었던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선조종 모형자동차’(RC카)라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모르피비안’이라는 이름의 이 장난감은 리모콘으로 조정하는 미니 자동차다.
하지만 정작 반전은 따로 있었다. 이 편지를 쓴 사람이 꼬마가 아니라 미국의 한 자유기고가였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미국의 인터넷 신문 <허핑턴포스트>에 올라온 글을 보면, 이 글을 실제 올린 누리꾼은 잭 포이트라스라는 성인 남성이다.
이 남성은 미국의 요리 사이트나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 기고하는 자유기고가이자, ‘팬지아(Pangea) 3000’이라는 코미디 멤버로도 활동하는 코미디언이기도 하다. 포이트라스는 처음 이 편지를 트위터에 올린 게쿼맨에게 트위터를 통해 “이봐, 이 편지는 내가 만든 거야. 공유해줘서 고마워. 이 편지는 내가 몇 년 전에 만든 것이고, ‘더 인클러시브'(The Inclusive)라는 웹매거진에 먼저 게재됐던 거야”라고 썼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무선조종 모형자동차’(RC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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