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를 기다리는 모녀 사상 최대급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를 본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메테리에서 31일 셸리아 딕슨이 18개월 된 딸을 끌어 안은 채 울면서 구조대를 기다리고 있다. 보트에 타고 있던 딕슨 가족은 헬리콥터로 무사히 구조됐다. 메테리/AP 연합
미 허리케인 사망자 수천명 예측도… 전염병 비상사태 선포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사망자 수가 수천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등 카트리나 피해가 미국 역사상 최대 재난의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와 군은 31일(현지시각) 물에 잠긴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 시내의 수위가 더 올라가지 않음에 따라 인명 구조와 사망자 수습, 치안확보 작업을 본격화했으나,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를 짐작조차 못하고 있다.
레이 나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에이피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물속에 방치된 주검이 많고, 다락방에도 주검들이 있을 것”이라며 “사망자가 최소 수백명, 아마도 수천명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에이피통신>은 “카트리나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이후 100년 만에 닥친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될 것 같다”고 보도했다.
뉴올리언스 거주 한인들의 인명피해도 우려된다. 민동석 휴스턴 총영사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2500여 한인들의 주요 거주지가 뉴올리언스 저지대인 메테리와 켈러 지역”이라며 “아직 신고가 들어온 건 없지만, 카트리나 엄습 때 도시에 잔류한 한인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민 총영사는 “현지 한인들의 재산피해도 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 역사상 최대 자연재해 중 하나와 싸우고 있다”며 “복구에 몇 해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레빗 보건장관은 “고인 물 때문에 콜레라·장티푸스 등 전염병 창궐을 우려한다”며 멕시코만 연안에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 국방부는 피해지역의 치안 확보를 위해 1만명의 주방위군을 추가로 루이지애나·미시시피주에 투입하기로 했다.
뉴올리언스시 전체에 소개령이 내려진 가운데, 미식축구경기장인 슈퍼돔에 대피해 있던 2만여명의 이재민들도 이날 버스편으로 텍사스 휴스턴의 돔구장인 애스트로돔으로 이동했다. 제방 붕괴로 폰차트레인 호수에서 흘러들어오던 물은 호수와 도심의 수위가 같아짐에 따라 유입을 멈췄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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