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통화기록 수집’ 위헌 판결 배경
이행명령은 최종심 이후로 미뤄
프리덤워치 “집단소송 추진할것”
이행명령은 최종심 이후로 미뤄
프리덤워치 “집단소송 추진할것”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직원 출신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시작된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감청 파문이 국가안보국의 핵심 활동을 존폐의 기로에 몰아넣고 있다.
미국 워싱턴 연방지법이 16일 국가안보국의 전화통화 기록 수집과 축적을 위헌이라고 판결해, 이런 활동의 운명이 이제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법원은 일단 국가안보에서 이 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이행 명령을 상급법원 최종심 이후로 미루고 정부에 항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재판은 6개월 안에 열려야 한다. 원고인 시민단체 ‘프리덤워치’ 쪽은 이 판결을 근거로 모든 시민들이 관련 당사자인 집단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스노든은 이날 성명을 내“비밀법원이 허가한 비밀 프로그램이 한낮의 햇빛에 노출되자 미국인들의 권리를 침해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국가안보국의 감청 활동은 이제 법정이라는 뜨거운 햇빛 아래서 검증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국가안보국의 통신감청이 기본 활동이다. 모든 미국인들의 통화기록, 즉 통화 내용을 제외한 통화 대상·시간·횟수 등을 수집하고 축적하는 게 핵심이다. 이 활동이 금지된다면 국가안보국의 존폐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펄쩍 뛰고 있다. 앤드루 에임스 법무부 대변인은 “그 프로그램이 앞서 판사들이 판결한 것처럼 합헌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이 프로그램을 허가한 해외정보감시법원의 판사 15명이 통화기록 수집의 적법성을 다투는 30건의 재판에서 적법이라고 판결한 사실을 환기시켰다. 하지만, 이는 비밀법원인 해외정보감시법원이 반대쪽의 의견을 듣지 않고 내린 판결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다.
미국 정부는 이번 재판에서 1979년 ‘스미스 대 메릴랜드’ 판결을 원용해 적법성을 주장했다. 당시 판결로 통화 내용을 제외한 대상·시기·시간 등의 통화 메가데이타 수집과 축적은 수정헌법 4조의 보호 대상이 아님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내린 워싱턴 연방지법의 리처드 리언 판사는 국가안보국 감청 활동의 범위 및 전화와 기술의 진보 등을 들어, 현재 벌어지는 전화 기록 수집과 축적은 ‘스미스 대 메릴랜드’ 사례와 다르다고 일축했다. 리언 판사는 경찰이 영장없이 위성항법장치(GPS)로 혐의자의 이동을 추적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2012년 대법원 판결도 원용했다. 스미스 대 메릴랜드 사건의 원고는 범죄 혐의자였고, 범죄인 혐의자의 통화기록은 수정헌법 4조가 규정한 사생활의 보호 대상에 들지 않는다는 취지이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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