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없어 상점 약탈”
뉴올리언스에서 대홍수를 피해 휴스턴으로 빠져나온 유학생 김원중(29·뉴올리언스대)씨는 1일(현지시각)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뉴올리언스는 상점들이 모두 약탈되고 총소리가 들리는 아수라장”이라며 “현지에 남아 있겠다는 한국 동포들이 있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제방이 붕괴된 웨스트앤드 지역에 사는 그는 카트리나가 지나간 직후인 29일 새벽 뉴올리언스로 되돌아갔다가 물이 차서 집 근처에 가지도 못한 채 이틀을 지낸 뒤 31일 휴스턴으로 빠져나왔다고 했다.
뉴올리언스 상황은?
=시내엔 총소리가 낮에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상점들은 모두 약탈을 당했다. 29일 밤 주유소 주차장에서 자는데, 그 주유소의 상점도 이미 약탈을 당했다. 지나는 거리거리마다 상점이란 상점은 다 약탈당했다고 봐도 된다. 꼭 약탈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생필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상점 문을 부수고 물건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시내에 남은 사람들이나 밖으로 빠져나온 사람들이나 2~3일 정도면 허리케인이 지나가겠거니 하고 생필품을 많이 비축해놓지 않았다.
현지 한인들의 피해 상황은?
=통신두절 상태라 다른 사람과 연락할 수가 없다. 내가 하룻밤 묵었던 한인 성당도 전화가 불통이었다. 그러나 상당수 한인들이 시내에 남았을 가능성이 있다. 내가 다시 시내로 들어갔을 때 한인 세 가족을 만났다. 한 분은 ‘나는 혼자 몸이니 여기 남아 있겠다’고 말했다. 다른 한 분도 “차에 휘발유가 없어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한 가족은 나에게 “탈출하려는데 물에 잠기지 않은 길을 알려달라”고 해서, 내가 들어온 길을 알려줬다.
대피소로 대피한 한인들도 많지 않나?
=슈퍼돔에 대피한 사람들은 주로 노약자나 자동차가 없는 흑인 빈민층들이다. 한인들은 모두 자가용을 갖고 있으므로 대피소를 찾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허리케인 때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이번에도 그렇겠거니 하는 생각을 시민들이 많이 하고 있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