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 스피어가 2004년 9월23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미스 베네수엘라로 선발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연합
수도 카라카스, 살인율 세계 최고 도시로 유명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회적 폭력 문제” 성명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회적 폭력 문제” 성명
베네수엘라 미인대회 우승자 출신으로 배우로 활동하던 모니카 스피어(30)가 전 남편과 여행중에 납치를 동반한 노상강도 시도에 희생돼 6일 밤(현지시각) 함께 숨졌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적으로 강력범죄율과 살인율이 높기로 유명하다.
<가디언>은 7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서쪽으로 75㎞ 떨어진 항구도시 푸에르토카베요 인근 고속도로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스피어는 여러 군데 총상을 입고, 그의 전 남편 헨리 베리(39)는 가슴에 총상을 입은 주검으로 발견됐다”며 “이들의 6살짜리 딸은 다리에 총상을 입었지만 살아남아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젊은 여성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어 매우 유감스럽다. 이는 사회적 폭력의 문제”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사건이 광범위한 사회 문제를 반영한 것임을 지적한 것이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는 살인율이 세계 최고인 도시로 유명하다. <뉴욕 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사람들은 이라크 바그다드에 사는 게 더 안전할지도 모른다고 농담하곤 한다”며 “이라크와 베네수엘라는 인구 규모가 2800만명으로 비슷한데 2009년 이라크에서 폭력사태로 숨진 민간인이 4644명이었던 반면에 베네수엘라에서 살인 사건으로 숨진 사람은 1만6000명이 넘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살인율은 계속 상승해 베네수엘라 비정부기구는 2013년에 연간 2만4763명이 살해당했다고 추정했다.
스피어는 지난 2005년 미스 유니버스 미인대회에 출전해 5위권에 들었으며, 이후 배우로 활동하면서 미국 마이애미에 거주했다. 그는 2008년에 영국인 여행 사업가인 베리와 결혼해 같은 해에 딸을 낳았으나 2013년 이혼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혼 뒤에도 관계가 좋았고, 이번에도 휴가중 딸을 데리고 모국을 함께 여행하다가 변을 당했다. 전 남편인 베리도 국적은 영국인이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카라카스에서 수십년 동안 교수로 일하다가 은퇴해 살고 있는 등 베네수엘라와 인연이 깊다.
이들은 푸에르토카베요에서 발렌시아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차가 엔진 고장을 일으켜 멈춰서자 견인차를 부르고 기다리던 중에 강도에 희생됐다. 경찰은 인근 지역을 봉쇄하고 범인을 추적하고 있다. 이에 앞서 스피어는 인터뷰에서 미국 마이애미로 이사온 게 모국 베네수엘라의 높은 범죄율을 두려워 했기 때문이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스피어는 이번주 후반에 여행을 마치고 미국으로 되돌아갈 예정이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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