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달 교수
민주주의·외교정책 저작 다수
미국 ‘정치학계의 좌장’으로 꼽히는 로버트 달(사진) 예일대 명예교수가 5일(현지시각) 향년 98살로 세상을 떠났다고 <블룸버그> 등이 6일 전했다. 그는 1915년생으로 예일대학에서 가장 뛰어난 교수한테 주는 지위인 스털링 명예교수를 지냈다. 90살에 이르도록 왕성한 학문 활동을 펼쳐 민주주의, 외교정책, 미국 의회, 복지, 미국 헌법 등에 관한 뛰어난 저작을 다수 남겼다. 1985년에 <포린 어페어>는 그를 “미국 정치학자들의 학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달은 1940년에 예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6년 동안 워싱턴 정가에서 일하고 2차 세계대전에도 참전했다. 그는 이후 전쟁 경험이 민주주의 이론가의 길을 걷도록 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1946년에 예일대로 돌아가 1950년대~1960년대에 예일대의 현대 정치학을 정립하는 데 큰 구실을 했다. 정치학에서 경험주의 기법을 개척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에는 찰스 라이트 밀스(1916~1962)와 미국 정치의 본질을 두고 유명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파워 엘리트>(1956년)로 유명한 밀스는 미국 정부가 단일하고 인구학적으로 한정된 소수 파워 엘리트들의 손아귀에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달은 <누가 통치하는가>(1961년) 등에서 서로 경쟁하고 절충하며 일해야 하는 다양한 범주의 엘리트층이 존재한다고 맞받았다.
그는 대표저작인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1989년)에서 완벽한 민주주의란 이론적 유토피아에 가깝다고 짚고, 민주화 정도가 높은 현실적 정치체제로 ‘폴리아키’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한국에서도 달의 대표 저작 다수가 번역·출간됐는데,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그의 견해와 저작을 자주 인용해서 잘 알려져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사진 예일대학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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