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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차베스 사후 1년…베네수엘라, 친-반정부 세력 충돌

등록 2014-02-16 20:39수정 2014-02-16 22:40

정권퇴진 요구 시위대 피격 사망
유엔·미국 폭력사태 등 우려 표명
살인적 인플레 속 치안불안 극심
여야, 경제난 책임론 비난 가열
중남미 좌파 벨트의 좌장이었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숨진 지 일년 만에 베네수엘라가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무장세력이 거리에서 충돌하는 등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16일 영국 <비비시>(BBC)는 “니콜라 마두로 대통령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경쟁적으로 수도 카라카스의 거리로 몰려나왔다”고 전했다. 노조 지도자 출신인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초 차베스가 암투병 끝에 숨진 뒤 4월 대선에서 야권 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지만, 연간 56%에 이르는 살인적 인플레이션과 극심한 치안 불안을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 12일 카라카스에서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1만여명이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고, 친정부 무장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총격사건으로 시위대 등 3명이 숨진 상태다. 15일에는 친정부 시위대는 붉은 옷이나 국기 색깔의 옷을 입고, 반정부 시위대는 흰옷을 입은 채 각각 수천명이 카라카스 시내 별도 장소에 모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당장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유엔(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14일 “베네수엘라에서 폭력사태가 격앙되는 데 깊이 우려한다”며 대화를 권고했다. 또 시위대 사망 사건의 책임자에 대한 투명한 조사를 촉구했다.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과 오래도록 갈등을 빚어온 미국은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와 함께 반정부 시위대와 야당 지도자 체포를 비난하는 성명을 존 케리 국무장관 명의로 내놓았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2일 야당 대표에게 폭력시위 주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반정부 시위를, 서민층에 높은 인기를 누렸던 차베스가 2002년 미국이 지원한 군사 쿠데타로 며칠간 실각했던 사태에 빗대면서 친정부 세력의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또 차베스 정권 때부터 친미 노선으로 베네수엘라와 대립각을 세웠던 콜럼비아 전 대통령이자 우파 정치인인 알바로 우리베가 이번 소요를 배후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당선 뒤에도 우리베가 베네수엘라 야당과 함께 자신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적이 있다.

베네수엘라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는데다 카라카스는 세계 최고의 살인율을 기록할 정도로 강력범죄가 판을 치는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버금가는 원유 매장량을 지닌 대표적 산유국에 속하지만 원유 상당 부분은 개발이 쉽지 않은 ‘오일샌드’ 형태인 데다가, 시설투자 미비로 생산량이 중동 산유국만큼 많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때문에 달러 암시장이 횡행하고 생필품 부족 현상이 만연해 있다. 정부는 최근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 인접한 미국 플로리다로 가는 여행객들의 신용카드 한도를 400달러, 구매 현금 한도는 300달러로 과도하게 제한해 원성을 샀다. 게다가 달러 부족에 허덕이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항공기 티켓 대금을 주지 않자 에콰도르 국적의 항공사는 지난달 베네수엘라 노선 운항을 아예 중단하는 등, 정부의 좌충우돌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치안 문제도 심각하다. 올초에는 베네수엘라 미인대회 출신인 인기 여배우가 5살짜리 딸이 보는 앞에서 전 남편과 함께 고속도로에서 강도를 당해 숨졌다. 지난 8일에는 베네수엘라 주재 한국 대사관의 김주택 대사와 김지엽 코트라 관장도 시내 식당 주차장에서 권총 강도를 당하기도 했다. 경제난에 대해 집권 정부는 “이윤에 굶주린 기업인들의 부패”를 비난하고 있지만, 우파인 야당은 “정부의 좌파 정책이 경제 붕괴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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