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플로리다 화가, 30년간 전시 기회 안 준 미술관에 불만
중국 아이웨이웨이 작품… 한나라 시대 골동품인 줄 몰라
중국 아이웨이웨이 작품… 한나라 시대 골동품인 줄 몰라
[지구촌 화제]
미국 플로리다 지역의 한 화가가 미술관이 외국인 작품 전시에만 집중하는 데 불만을 품고 유명 중국 반체제 미술가의 전시 작품인 화병을 깨뜨려서 형사 기소될 처지가 됐다고 17일 <비비시>(BBC) 등이 보도했다. 훼손된 작품은 한나라 시대의 화병 10여개를 밝은 색으로 덧칠해 전시한 연작으로 한개에 100만달러(10억6600만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가인 막시모 카미네로(51)는 16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페레즈 미술관에 들어간 뒤 전시중이던 화병 10여개 가운데 하나를 들어올려 바닥에 내동댕이쳤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미술관은 중국 정부와의 정치적 마찰로 한때 구금당하는 등 반체제 미술가로 유명한 아이웨이웨이(57)의 작품을 전시중이었으며, 화병 연작 뒤에는 아이웨이웨이가 화병을 들어서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흑백 사진이 함께 전시돼 있었다.
사건 현장을 목격했던 보안 요원은 경찰에 “카미네로가 미술관 바닥에 놓인 채 전시돼 있던 화병을 집어들길래 내려놓으라고 말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에 던져버렸다”고 진술했다. 카미네로는 마이애미 지역 언론에 “나는 해당 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해보지 못한 모든 지역 미술가들을 위해 이 일을 했다”면서 “미술관에서는 외국 예술가들에게만 엄청난 돈을 쓰고 있으며, 내가 이 동네에서 30년 동안 지켜봤지만 늘 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카미네로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출생했지만 마이애미 지역에서 30년 넘게 작품 활동을 해온 화가로, 카리브해 화풍의 영향을 받은 열정적이고 원색적인 그림들을 그려 이 지역에서 상당히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화병 연작이 한나라 시대 골동품을 이용한 값비싼 작품이란 걸 몰랐으며, 화병 연작 뒤에 붙어 있던 작가 자신이 화병을 깨는 퍼포먼스 사진에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카미네로는 “당신이 전시중인 화병들과 그들이 색칠된 방식을 봤다면, 아무도 그것이 고대 공예품에 덧칠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테리어용품점에서 흔히 살 수 있는 진흙 항아리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난 솔직히 화병이 얼마나 나가는지는 몰랐고 아이웨이웨가 함께 전시한 사진을 항의 퍼포먼스에 동참하라고 촉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고 덧붙였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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