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 완다 파커 큰딸
AP통신 사진 보고 상봉
“캔사스에서 대학 다니는 딸이 인터넷에 뜬 <에이피통신> 사진을 보고 나와 가족의 생존을 확인했다.”
6일 오후 미 텍사스 휴스턴 애스트로돔에서 만난 뉴올리언스 이재민 완다 파커(39·사진)는 자신의 딸 자랑을 먼저 했다. 그러면서 자기 가족이 고무보트를 타고 탈출하는 사진이 실린 캔사스 지역신문을 보여줬다. 이 사진은 이젠 유명한 사진이 됐다고 한다.
뉴올리언스 시내 흑인 빈민가에 사는 파커 가족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오기 전인 지난달 27일 밤 슈퍼돔으로 대피했다. 이틀을 지낸 뒤 집으로 돌아왔으나 제방이 터지는 바람에 다음날 오전 다시 슈퍼돔으로 탈출했다. 파커의 세 형제와 아이 8명, 어머니, 숙모 3명, 할아버지와 할머니 등 17명 대가족의 필사의 탈출이었다. 파커는 가족들을 고무보트에 태워 이동시켰다. 이들은 슈퍼돔에서 이틀을 더 지낸 뒤 지난 2일 휴스턴으로 이송됐다.
파커의 큰딸 앤티아(19)는 고향이 물바다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 애썼지만 헛수고였다. 발을 동동 구르던 그는 인터넷에서 사진 한장을 찾아냈다. 어머니와 할머니가 자신의 동생을 보트에 태우고 피신시키는 <에이피통신> 사진(사진)이었다. 앤티아는 지난 3일 휴스턴으로 달려와 가족들과 눈물의 상봉을 했다.
슈퍼돔 상황을 묻자 완다는 “끔찍했다. 어떤 남자가 경찰관을 총으로 쏘는 걸 직접 봤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애스트로돔)는 슈퍼돔보다 훨씬 지내기 좋다. 그러나 나는 고향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언제 돌아갈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말을 흐렸다.
휴스턴(텍사스)/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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