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이·팔 ‘두 개의 국가’ 해결책 강조하다
이스라엘에 ‘사상 최고수위’ 비난
보수세력 반발하자 서둘러 진화
이스라엘에 ‘사상 최고수위’ 비난
보수세력 반발하자 서둘러 진화
중동 평화협상에 힘을 쏟아온 존 케리(사진)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 격리) 국가가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최고위 외교 당국자로서는 처음으로 국제정치계에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가장 강도 높은 표현을 한 것이다.
케리 장관은 지난 25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서유럽·러시아·일본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비정부기구인 3자위원회의 비공개 회의에서 “‘두 개의 국가’(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두개의 독립국가 공존) 해결책은 유일한 실질적인 대안으로 확실히 강조될 것이다. 왜냐하면 단일 국가는 2등 시민들을 가진 아파르트헤이트 국가가 되거나, 유대 국가로서 이스라엘의 능력을 파괴하는 국가로 결말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현재 관여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이 실패하면, 이스라엘이 아파르트헤이트 국가가 될 위험이 있다는 경고였다.
이 발언은 영국 언론 <데일리 비스트>에 실렸다가, <비비시>와 <가디언> 등 유력 언론들이 28일 일제히 보도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사는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 지구에서 분리장벽 설치 등으로 주민들을 격리·고립시켜, 남아공의 흑인 격리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와 다름없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케리의 발언이 알려지자, 이스라엘과 미국 내의 친이스라엘 보수세력 등은 격렬한 비난을 하며, 그의 사퇴까지도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네오콘 인사이자 이스라엘비상위원회 의장인 윌리엄 크리스톨은 “존 케리가 저지른 난장판을 백악관이 청소하기에는 더이상 적합하지 않다”며 “존 케리가 국무장관에서 물러나거나,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해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파문이 커지자 케리 장관은 성명을 내고 “만약 그 테이프를 되돌릴 수 있다면, 다른 언어를 썼을 것이다”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아파르트헤이트는 그 토론에서 빠져야 할 단어였다”고 말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비판하는 2006년 자신의 저서에서 이스라엘을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라고 비난한 적이 있었다.
글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사진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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