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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좌파 안식처 ‘선셋홀’ 문 닫는다

등록 2005-09-12 18:44수정 2005-09-12 18:44

외부 지원 줄고 빚 늘어 80여년만에 역사속으로
지난 81년간 은퇴한 좌파 활동가들의 생활공간이 돼왔던 미 로스앤젤레스 ‘선셋홀’이 내달 문을 닫는다고 11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보도했다.

시내 월셔가 부근에 있는 2층짜리 낡은 벽돌건물 선셋홀은 1924년 세워진 뒤 사회주의자나 진보주의자들에게 자유로운 사상의 보금자리 구실을 해왔다. 미국에서 진보흐름이 절정에 달했던 1960년대와 70년대엔 39개의 방이 꽉 찼고, 대기자 명단까지 작성해야 했을 정도로 이 건물은 유명했다. 헐리우드 블랙리스트에 오른 극작가들이나 공산주의 신문 편집자들, 사회주의 계열 작가인 업튼 싱클레어의 친구들이 이 건물에 묶었다.

이 건물엔 아늑한 분위기의 작은 도서실(사진)도 있다. ‘공산주의 중국’ ‘레닌 저작선’ ‘칼 막스와 기독교 윤리’ 등의 책이 도서실에 꽂혀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전했다.

지금 이 건물엔 왕년의 활동가 11명이 살고 있다. 루버 펄린(91)은 “여기는 매우 특별한 곳이었다. 근로계층과 노동조합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다”고 회고했다. 젊었을 적 시카고에서 사회주의 교육을 받았던 프리다 싱어는 “나는 (세월이 흐르면서) 내 마음을 다스리느라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모든 인간의 평등과 세계가 평화로워야 한다는 걸 믿는다”고 말했다.

비영리기관이 운영해온 선셋홀은 입주자와 외부 지원이 줄어들면서 부채가 30만달러까지 늘어났고, 마침내 내달중 문을 닫고 마지막 남은 11명을 인근 양로원 배서니타워스로 옮기기로 했다. 어머니 폴린 맨펄(92)의 이사를 돕기 위해 선셋홀을 찾은 제리 설리번은 “이것은 진정으로 한시대의 종언을 뜻한다. 이젠 주변에서 예전의 활동가들을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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