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시드바카 인신매매근절 담당 대사.
시드바카 미 인신매매근절 대사
동남아 인력 강제노동 등 지적
동남아 인력 강제노동 등 지적
“얼마 전 한국 사법당국의 고위 인사가 ‘한국에는 인신매매가 거의 없다’며 그 근거로 미국 국무부의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에서 1등급을 받은 사실을 드는 걸 신문에서 봤다. 그러나 1등급은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여전히 문제가 있고 한국이 더 노력해야 한다.”
미국 국무부 루이스 시드바카(사진) 인신매매근절 담당 대사는 15일 서울 용산 미국대사관 공보과 건물에서 <한겨레>와 만나 “1등급은 인신매매 퇴치를 위한 최저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뜻일 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국무부의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는 세계 각국을 1~3등급으로 나눠 평가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국무부가 발표한 연례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여성들의 강제 성매매, 장애인 등의 염전 강제노동, 동남아 출신 등 해외 인력의 강제노동 등이 여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는 포천 아프리카박물관의 외국인 강제노동 등 정부가 연루된 인신매매에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시드바카 대사는 한국이 지난해 형법 개정으로 인신매매 처벌을 강화하고 외국인이 제3국에서 저지른 인신매매도 처벌할 수 있는 ‘세계주의’를 적용한 사례 등을 거론하며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개정 형법을 적용해 처벌한 사례가 아직 한 건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적용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한국이 인신매매 전반을 책임지고 다룰 조직을 갖추고, 피해자를 성매매뿐 아니라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다양한 형태로 분류해 재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드바카 대사는 북한에 대해 정부가 인신매매에 개입하고 있다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북한은 2003년 이래 12년째 3등급을 받고 있다. 3등급은 인신매매 근절 노력도 안 하는 나라를 뜻한다. 그는 “북한이 국내에 노동수용소를 두고 강제노동을 하고 있고, 또한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 노동력을 수출할 때 정부 인사가 같이 나가서 자유를 속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탈북 여성들에 대해 “성매매 업소에 갇혀 일하는 등 2차적 착취를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고객 중에는 한국인이 많다”고 일침을 놓았다.
시드바카 대사는 주한미군의 성매매를 두고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 서비스나 물건을 제공하는 게약자는 공급망 과정에 인신매매가 없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 주한미군 지휘관들에게 병사들이 특정 지역에 못 가도록 명령할 권한을 부여하는 등 퇴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 시민들이 ‘소비자’로서 인신매매 근절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쓰고 먹는 휴대폰,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예컨대 지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생산한 면으로 만든다. 그런데 우즈베크는 아동 노동착취를 하는 3등급 국가”라며 “각자 자기 소비행태를 돌아보고 정부뿐 아니라 기업에도 소비자로서 압력을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드바카 대사는 지난 12일 방한해 외교부·법무부 등 정부 인사와 시민단체, 인신매매 피해자 등을 두루 만난 뒤 16일 출국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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