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참전용사 체포…매뉴얼은 4초
이라크 참전용사 출신의 40대 남성이 19일 저녁 칼을 지닌 채 백악관 담장을 넘어 대통령 관저 북쪽 현관문 안까지 침입했다가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텍사스주 출신 오마르 곤잘레스(42)는 이날 저녁 7시20분께 백악관 북쪽 담장을 넘은 뒤 약 60여m 떨어진 대통령 관저로 질주했다. 그가 담장을 넘자마자 경보음이 울렸고 경호요원들이 그를 향해 달려갔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그가 현관문까지 달려가는 데 걸린 시간은 20~25초 가량이었다. 그는 이어 이중문으로 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다 안에서 경비를 서는 경호요원에게 붙잡혔다.
과거에도 백악관 담장을 넘는 시민들이 간혹 있었으나 불과 몇 초 안에 경호요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곤잘레스처럼 현관문까지 접근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체포 당시 그는 바지 주머니에 6㎝ 크기의 톱니날 칼을 지니고 있었다”며 “대통령 주거지에서 불과 계단 하나 떨어진 곳에서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10분쯤 전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가족들은 주말을 보내기 위해 캠프 데이비드 별장으로 떠났다.
텍사스주 출신의 곤잘레스는 18년 동안 미 육군 특수부대에 복무했으며, 이라크에도 3차례나 다녀왔다고 그의 가족들은 전했다. 한 가족은 그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았으며, 최근 2년 동안 전국을 떠돌아다녔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곤잘레스가 경호요원들에게 ‘분위기가 망가지고 있다’고 우려했으며,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설명을 하도록 하는 게 필요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호요원들이 경호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백악관에 불법 침입이 발생할 경우 경보음이 울린 지 4초 안에 경비견을 풀어 제지하도록 돼 있으나 어떤 이유에선지 이번엔 경비견을 투입하지 않았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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