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D-5
현 대통령 호세프 대 시우바
여론조사서 52% 대 48% 박빙
성장률 정체·인플레이션 변수
현 대통령 호세프 대 시우바
여론조사서 52% 대 48% 박빙
성장률 정체·인플레이션 변수
브라질 대선에 두 여전사가 떴다. 한명은 반독재 게릴라 전사 출신의 현직 대통령인 ‘잔다르크’, 다른 한 명은 환경운동가 출신 ‘아마존의 여전사’다. 두 후보 모두 브라질 좌파 정권의 틀을 다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때 요직을 맡은 뒤 본격적으로 정치의 길을 걸었다. 과연 누가 1억3000여만 유권자의 표심을 얻을 것인가?
10월5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최근 여론조사들에서는 일단 노동자당(PT)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브라질사회당(PSB)의 마리나 시우바 후보를 1차 투표(10월5일)와 결선투표(10월26일)에서 모두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 다타폴랴는 1차 투표에서 호세프 대통령(45%)이 시우바(31%),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아에시우 네비스(21%) 후보를 따돌린다고 27일 발표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만의 결선 투표로 가는데, 역시 호세프(52%)가 시우바(48%)를 누른다. 29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도 결선투표 때 호세프(47.7%)가 시우바(38.7%)를 따돌렸다. 그러나 결선투표까지는 20여일이 남았다. 경제문제 해법과 복지정책에 대한 설득력, 가톨릭·기독교 등 종교계의 표심, 결선 탈락후보 지지층의 향배 등 변수는 많다.
호세프 현 대통령의 취약점은 경제다. 노동자당은 집권 동안 고성장에 바탕한 복지정책으로 지지층을 확보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노동자당 12년 통치 동안 브라질 인구의 절반이 중산층으로 진입했다”고 전했다. 저소득층 지원책인 ‘보우사 파밀리아’의 혜택은 1400만가구가 받고 있다. 2억인구의 4분의 1이 대상이다.
하지만 새롭게 성장한 중산층이 오히려 호세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브라질 월드컵 등 국제 스포츠 행사 개최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진 것은 상징적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낙후된 병원 시설, 공립학교 투자 부족, 부패와 어두운 경제전망 속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2011년 호세프 대통령 취임 뒤 성장률이 평균 2% 아래로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은 6.5%에 이르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상반기에 사실상 기술적으로 경기침체에 들어갔다. 차기 지도자가 긴축재정을 하지 않는다면 국가신용도는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시장의 반감을 전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좌파정당 후보이지만 친시장 정책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보인 시우바가 떠올랐다. 시우바는 노동자당의 사회보장정책을 유지하고, 1990년대 집권했던 경험이 있는 브라질사회민주당의 경제정책 등을 결합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당선될 경우 중앙은행을 독립시키고, 경제정책에서도 정통적인 방식으로 돌아가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경제 참모들에는 브라질 최대 은행가 집안의 마리아 앨리스 세투발 등이 포진해 있다. 개신교도인 시우바 후보는 인구의 22%(2010년)까지 늘어난 개신교도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브라질사회당의 하원의석 득표 예상치는 전체 513석 가운데 30~40석 정도여서 시우바가 리더십을 발휘하기에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브라질사회민주당(50~60석)의 지원을 받는다 해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2003~2008년 환경장관 시절 아마존 보호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던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반대했던 시우바가 자신의 철학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임소라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호세프 대통령이 복지정책 예산 부족에 직면하고 물가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안정감 면에서는 시우바 후보를 앞선다. 하지만 두사람 모두 과거 룰라 대통령에 비해 소통력과 카리스마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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