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언론, 수사보고서 인용보도
시장, 경찰에 학생시위 진압명령
경찰, 유혈진압뒤 갱단에 학생 넘겨
갱단, 학생 살해뒤 주검 불태운듯
시장, 경찰에 학생시위 진압명령
경찰, 유혈진압뒤 갱단에 학생 넘겨
갱단, 학생 살해뒤 주검 불태운듯
“월급 받으면 집에 부칠게요.”(레오넬 카스트로·19)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울거예요.”(훌리오 세사르·19)
“컴퓨터 기술을 가르칠 거예요.”(아단 아브라함 데라크루스·23)
마약 갱단과 유착된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 뒤, 시위에 나섰던 43명의 교육대 학생들이 실종된 멕시코 남부 게레로주의 과달라시에서 <뉴욕 타임스>가 만난 실종자 가족들은 자식들의 소박한 소망을 전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신문은 6일 자식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의 착잡함을 전하면서 “가난한 농촌에서 공부를 잘해, 옥수수와 콩밭에서 허리가 끊어지도록 해야 하는 노동에서 벗어나 선생님이 될 것이라는 꿈에 부풀었던 학생들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멕시코는 교육대생 실종사건으로 충격에 빠졌다. 마약 밀매와 전혀 상관이 없는 아요트시나파 교육대 학생들이 경찰과 연계된 갱단에 의해 학살 당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학생들은 정부보조금 삭감계획 반대 시위에 나섰고, 진압 과정에서 3명이 얼굴에 총을 맞고 처참하게 살해되는 등 6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그리고 43명이 실종됐는데, 지난 주말 실종 학생들로 보이는 불에 탄 주검 28구가 묻힌 구덩이들이 과달라시 외곽에서 발견되면서 실종 학생들이 살해됐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위 때 살아남은 학생으로부터 ‘경찰이 붙잡은 학생들 일부를 갱단에 넘겼다’는 진술이 나오고, 갱단이 트럭으로 학생들을 실어날랐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국은 실종자 가족과 구덩이에서 발견된 주검의 유전자를 대조할 계획인데, 주검이 워낙 심하게 훼손돼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엔리케 페나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관련자를 엄벌하겠다는 성명 발표와 함께 검찰총장을 현지에 파견하고, 군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이미 20명 이상의 경찰과 몇몇 갱단을 체포했고, 잠적한 과달라시 시장과 경찰 고위 간부를 추적하고 있다.
멕시코 언론은 연방안보수사국(CISEN)의 보고서를 인용해 “시장 부부가 사건 당일 시위 현장 부근의 모임에 참석하면서 경찰에게 학생들을 쫓아버리라는 요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이 갱단과 연루돼 있고, 경찰 또한 이들 범죄집단과 함께 시위 진압을 꾀했을 것으로 보고서는 보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과 대학생들은 고속도로 점거 시위를 벌이는 등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1926년 세워진 아요트시나파 교육대학은 급진적 학생운동의 본거지로 평가받는다. 지난달 26일 학생들은 학교 재정 확보를 위한 거리 기금모금과 정부지원 확대 시위를 벌였고,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통근버스 등을 징발해 이동하려다가 경찰과 충돌했다. 학생들은 ‘사회투쟁’이란 이름으로 교통수단을 자주 빼앗아 이동해 ‘약탈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바이스뉴스>는 일시적으로 징발한 버스는 주로 대기업 소유이고, 나중에 버스 기사한테는 따로 보상을 했다는 학생들의 말을 전했다.
미주기구(OAS)도 멕시코 정부에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는 등 국제사회도 분노하고 있다. 호세 마누엘 인술사 사무총장은 “무고한 학생들의 희생은 미주대륙 전체의 아픔이다. 마약밀매 조직과 살인, 부패, 테러 등과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멕시코에서는 2007년 이후 10만명이 마약 관련 폭력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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