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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국가는 죽었다” 분노한 멕시코인들

등록 2014-11-09 19:50

“실종 대학생들, 갱단에 살해당해” 검찰 발표에 격렬 시위
교사가 되려 했던 가난한 청년들의 꿈이 끝내 끔찍한 악몽으로 스러지는 걸까. 지난 9월말 멕시코의 게레로주 이괄라시에서 경찰에 체포된 뒤 실종된 교육대학생 43명이 마약조직에 살해된 것 같다는 공식 발표가 나온 지 이틀째인 9일(현지시각), 멕시코 전역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앞서 7일 헤수스 무리요 카람 멕시코 연방검찰 총장은 “체포된 갱단 조직원 3명이 ‘시위 학생들을 경찰에게서 넘겨받아 모두 살해하고 주검은 불태웠다’는 자백을 받아냈다”고 발표했다.

“경찰이 넘겨줘…주검은 불태워”
체포된 조직원들 자백 받아내
‘대학생 주축’ 수만명 항의시위
페나 니에토 대통령 최대 위기에

시민들은 경악했고, 실종자 부모들은 절규했다. 실종 학생들의 부모들은 “우리 아들·딸들은 살아있다, 유전자 대조로 신원이 확인되기 전까진 믿을 수 없다”며 정부에 대한 극도의 절망과 불신을 드러냈다. 대학생이 주축이 된 수만명의 시위대는 8일 밤 늦게까지 멕시코시티에서 실종 학생 43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애도했고, “아요치나파는 살아있다, 국가는 죽었다”는 구호 아래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흥분한 일부 시위대는 경찰차와 트럭 10여대를 불태우고 “페나 니에토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정부중앙청사에 진입하려 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게레로주 산골마을인 아요치나파의 교육대에 재학 중이던 학생들은 지난 9월26일 교사임용 차별 및 국고 보조금 삭감 반대 시위를 벌이던 중 경찰의 발포로 6명이 숨졌고 체포된 43명은 지금껏 행방이 묘연했다. 주검들은 쓰레기장에서 열시간 이상 불태워져, 유전자 감식이 어려울 만큼 심하게 훼손됐다. 검찰은 현장에서 수습된 치아와 신체 조각들을 오스트리아의 한 대학으로 보내 유전자 분석을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멕시코 정부와 관료 집단의 뿌리 깊은 부패와 마약조직과의 결탁을 최악의 민낯으로 드러내면서 멕시코 사회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이번 사태를 부패, 범죄와의 사슬을 끊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페나 니에토 대통령은 2012년 집권 이래 경쟁 정당들까지 아우른 ‘멕시코를 위한 협약’을 내걸고 에너지·교육·통신 등 경제 개발과 사회개혁을 추진해왔으나 이번 사건으로 최대 위기에 부닥쳤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8일 “멕시코 정치권에선 이미 ‘멕시코 협약’을 경제성장에 앞서 사회 안보에 초점을 맞춰 개정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조일준 기자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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