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코즈비
여배우·모델 등 4명 피해 폭로
입장표명 없이 방송활동
입장표명 없이 방송활동
77살 생일을 기념해 왕년의 코미디 왕은 다음주 ‘스탠드 업’ 코미디 특집 방송에 나갈 예정이었다. 그의 삶과 성취를 미려하게 서술한 새 전기도 서점가에 깔렸다. 스미소니언박물관에선 그가 평생 모은 아프리칸-아메리칸 예술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1980년대 시트콤 ‘코즈비 쇼’를 방영했던 <엔비시>(NBC) 방송은 그를 다시 황금시간대 안방극장으로 불러들일 새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화려한 복귀를 노리던 노년의 빌 코즈비(사진)에게 모든 것은 완벽해 보였다.
그러나 한순간의 꿈이었다. 수십년 전 성추문에 발목 잡혀 코즈비의 복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발단은 한니발 뷰레스라는 신예 코미디언이 코즈비를 “강간범”이라고 비난한 영상이었다.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화제를 일으켰고, 최근 여성 4명이 수십년 전 코즈비가 자신들을 성폭행·추행했다고 폭로하면서 파장은 더 커졌다. 여배우로 활동했던 바버라 보먼은 지난주 <워싱턴 포스트>에 코즈비의 성폭행 사실을 털어놨다. 보먼은 코즈비가 청소년이었던 자신에게 멘토를 자처하며 접근한 뒤 약물을 먹이고 성폭행했다고 밝혔다. 1세대 톱모델 재니스 디킨슨도 1982년에 코즈비한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2005년 앤드리아 콘스탠드라는 여성은 성추행 혐의로 코즈비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몽고메리 카운티 지방검사 브루스 캐스터 주니어는 최근 인터뷰에서 “코즈비의 부적절한 행동을 본능적으로 느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콘스탠드는 여성 피해자 13명을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듬해 액수가 공개되지 않은 합의금을 주고 받으며 마무리됐다.
코즈비는 지난주 미국의 인기 토크쇼인 ‘데이비드 레터맨 쇼’와 ‘퀸 라피타의 낮 토크쇼’ 출연 계획을 돌연 취소했다. 뒤이어 <엔비시>의 새 드라마도, <넷플릭스> 특집쇼도 취소됐다. 케이블에서 방영되던 ‘코즈비 쇼’ 재방송도 모두 편성에서 사라졌다. 코즈비의 변호사는 “근거없는 거짓말”이라며 성폭행·추행 주장들을 일축했지만, 코즈비는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방송활동을 중단한 상황이다. 코즈비가 과거에 성폭행·추행 혐의로 입건된 바는 없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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