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지난 8월 흑인 청년을 사살한 백인 경관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린 24일 밤 퍼거슨시에서 시위대가 경찰차를 발로 차고 있다. 퍼거슨/AP 연합뉴스
대배심 불기소 결정 배경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24일(현지시각) 비무장한 흑인 청년을 사살한 백인 경찰관 대런 윌슨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한 것은 미국식 배심제도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이번 사건은 미국 사회에서 골 깊은 인종 갈등과 경찰의 총기 사용 범위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에 다시 한번 불을 붙이고 있다.
대배심에서 불기소 결정이 나온 데는 기소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없다’는 점과 ‘엇갈리는 증언’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에 더해, 미국 사회에서 경찰이 누리는 특별한 ‘지위’도 한몫했다. 어윈 체머린스키 캘리포니아주립대 법학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에 “대배심은 경관이 잘못을 저질렀는지 여부가 아니라 모든 증거와 증언으로 미루어 그에게 법적 책임이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배심은 윌슨의 정당방위 주장에 더 무게를 실은 것이다. 공권력 행사 전문 변호사인 마크 섀멀은 “미국 경찰은 누군가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경고사격 없이 상대의 (신체) 중심을 쏘도록 훈련받는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의 엇갈리는 증언이 윌슨 경관에게 유리한 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체머린스키 교수는 “대배심은 형사 피의자를 방어하기 위해 존재하며 검찰은 배심원들에게 충분한 유죄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대배심 결정이 윌슨 경관이 무죄라는 뜻은 아니며 기소하기에 충분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변호사들은 배심원들의 개인적 편향성도 불기소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신시아 히넌 변호사는 “미국 경찰은 특히 2001년 9·11 테러 이후 특별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며 “사람들은 경찰이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고 믿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역 신문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는 사건이 일어난 퍼거슨시의 흑인 인구 비중이 67%에 이르는 반면 경찰관 중 흑인의 비율은 7%밖에 안 되는 불균형 문제를 지적했다. 순찰을 도는 경찰이 대부분 백인이어서 흑인 용의자와 시비가 붙을 경우 인종적 편견이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인트루이스대의 웨슬리 벨 형사법 교수는 “주민과 경찰 사이에 인간적 유대 관계가 형성되면 더 효율적인 치안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주리주의 한 경찰 고위 관리는 “최근 경찰관 충원 때 81명의 응모자 중 흑인은 3명뿐이었다”며 “흑인 경관의 고용을 늘리고 경찰에 대한 소수자 집단의 깊은 불신을 줄여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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