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정연설…상속세법 개정 제안
‘월가’도 과세…10년 3200억달러 증세
노동자·중산층엔 1750억달러 감세
의회 다수당 공화당과 대결 불가피
‘월가’도 과세…10년 3200억달러 증세
노동자·중산층엔 1750억달러 감세
의회 다수당 공화당과 대결 불가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상류층을 겨냥한 부자 증세와 월가 증세를 통해 늘린 세수로 중산층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중산층 껴안기에 나선다. 하지만 상하원의 다수 의석을 차지한 공화당이 증세에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어 한판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신년 국정연설에서 상속세와 월가 금융사들에 대한 세제 개정 등을 통해 향후 10년간 총 3200억달러(약 345조원)의 증세를 추진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이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18일 보도했다. 동시에 노동자 등 중산층에 대해서는 약 1750억달러의 감세 효과를 내는 세법 조항들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집권 2기 후반기에 들어선 오바마 대통령이 부유층과 대형 금융회사들로부터 세금을 더많이 거둬 중산층 지원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청사진을 마련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주식 등 자산 상속에 대한 과세 기준 강화와 대형 금융회사들에 대한 새로운 수수료 징수 등으로 실질적인 증세 효과를 내겠다는 복안을 마련했다. 현재의 세제로는 소유자의 사망 전까지의 자본 이득에 대해서는 징세가 이뤄지지 않는 허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만달러에 매입해 1000만달러로 늘어난 주식 등 자산을 물려받은 상속인이 이 자산을 매각할 경우 1000만달러 이상의 증액분에 대해서만 자본 이득세를 내면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애초에 이 자산을 매입한 100만달러를 기준으로 재산이 늘어난 부분 전체에 자본이득세를 징수하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런 상속세법 개정으로 향후 10년간 약 2100억달러의 증세 효과가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영향을 받는 대상은 미국 인구의 약 1%인 최상위 계층이며, 그중에서도 연소득 200만달러(약 21억5500만원) 이상인 상위 0.1% 이상의 계층이 증세 세액의 80%를 부담할 것이라고 백악관은 예상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본소득에 대한 최고 세율도 현행 15%에서 28%까지 높이자고 제안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연소득 50만달러 이상 부부의 경우 배당 등을 통해 얻은 자본소득에대한 세율이 기존 23.8%에서 28%로 4.2%포인트 상향 조정된다.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은 자산 500억달러 이상인 대형 금융회사들에게는 자산의 0.07%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부과해 약 1100억달러의 세수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수수료를 적용받는 기업은 100여개 정도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10년 이후 제안해온 ‘금융위기 책임세’와 유사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런 세재 개혁을 통해 10년간 추가로 확보되는 3200억달러의 세수를 중산층에 대한 감세, 고등교육 및 보육관련 지원 등에 사용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산층 소득자들에게는 맞벌이 부부 가정당 500달러의 세액공제, 아동보육 및 교육비 공제 강화, 연금저축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부여할 계획이다. 중산층이 일반적인 주택이나 가족기업을 상속할 때에는 새로운 자본이득세 강화조처를 적용받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지난달 발표된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미국의 최상위 계층 가구의 중간소득은 중산층 가정의 7배로 최근 30년 동안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으며, 저소득층 가구와 견주면 70배에 이르렀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증세 제안은 지난해 중간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남은 임기를 자신의 구상대로 이끌고가 업적을 남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불법체류자 사면과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등 보수세력이 반대하는 정책들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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