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 작가 하퍼 리
55년만에 두번째 소설 ‘고 셋 어…’
1950년대 흑백 인종 갈등 다뤄
1950년대 흑백 인종 갈등 다뤄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 외에는 어떤 작품도 내지 않았던 미국 여성 작가 하퍼 리(88·사진)의 두번째 소설이 오는 7월 출간된다.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3일 하퍼 리가 <앵무새 죽이기>의 후속편과 다름없는 <고 셋 어 워치맨>(Go Set a Watchman)을 7월14일 출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첫 소설이 나온 지 55년 만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1960년에 출판돼 퓰리처상을 받았던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쓰였다.
<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 대공황 시절 미국 앨라배마주의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백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흑인을 변호하며 인종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어린 소녀 스카우트의 시각으로 묘사했다. 1960년 7월 출간된 소설은 4000만부 이상이 팔렸으며, 40여개 언어로 번역됐다. 1962년에는 같은 이름으로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오는 7월에 나올 후속편은 1950년대의 미국 앨라배마주의 같은 도시를 배경으로 하며, 스카우트가 성장해 아버지를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제와 등장인물이 서로 겹친다. 출판사 쪽은 “1950년대 남부지역에서 발효하고 있던 인종 갈등을 다루고 있으며 아버지와 딸의 미묘한 관계에 천착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출판사는 우선 200만부를 찍겠다고 했다.
하퍼 리는 1950년대 중반에 이 책을 썼지만, 당시 출판사 편집자가 어린 소녀의 시각으로 사건을 보는 새로운 소설을 써보라고 해 그 말에 따랐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앵무새 죽이기>이고, 하퍼 리는 애초 원고는 포기했다. 이후 하퍼 리는 원고를 잃어버렸거나 아니면 원고가 손실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가을 그녀의 변호사 친구가 원고를 발견했다. 원고는 타이핑된 <앵무새 죽이기>의 최초 원고에 첨부된 채로 그가 문서를 보관하던 안전한 곳에 있었다.
하퍼 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책을 출판할지를 두고 많이 고민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출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해 기뻤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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