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난맥·부패등 곳곳서 파열음 ‘휘청’
“조지 부시 대통령은 폐허가 된 뉴올리언스를 복원하는 것보다, 훼손된 자신의 지도력을 복원하는 게 더 힘들지 모른다.” 9월16일 부시 대통령이 뉴올리언스에서 대국민연설을 통해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복구 청사진을 제시한 직후, <시비에스방송>의 정치 전문기자 빌 플랜트는 이렇게 논평했다. 카트리나가 무너뜨린 건 뉴올리언스만이 아니다. 허리케인 참사 이후, 부시 정권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며 휘청거리고 있다. 정권 위기의 신호인 인사 실패와 부패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각료급 기관장인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장과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잇따라 교체됐다. 미국에선 드문 일이다. 9월19일엔 연방정부 조달업무를 총지휘하는 백악관 행정관리예산국장이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공화당 로비스트인 잭 아브라모프 수사를 방해한 혐의였다. 뇌관은 또 있다.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을 언론에 흘린 고위관리를 찾아내려는 ‘리크게이트’ 수사는 백악관에 치명적 타격을 안길 수 있다. ‘측근에만 열린귀’ 위기대응력 현저히 둔화‘큰그림 집착·의사결정 폐쇄성’ 제발목 잡기
지나친 자신감·참모진 안일함도 위기 한몫 강력한 장악력을 자랑하는 부시의 지도력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인가?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 소장 앤드루 코헛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인터뷰에서 “9·11이라는 결정적 시기에 만들어진 ‘강력한 지도자’란 이미지가 또다른 결정적 시기인 지금(카트리나 참사 이후)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트리나 참사 이후의 상황은 2001년 9·11테러 직후와 곧잘 비교된다. 9·11 때 보여준 부시의 위기대응 능력은 미국민들에게 인상적이었다. 테러가 발생한 그 순간, 부시는 플로리다의 어느 초등학교를 방문중이었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던중 ‘테러 보고’를 받고 잠시 멈칫했지만 몇분간 책을 마저 읽어내려갔다. 민주당은 이 부분을 공격했지만 부시는 “아이들을 놀라게 하지 않으려 애썼다”고 대응했고, 그의 설명은 미국민들에게 먹혀 들었다. 카트리나 때는 달랐다. 허리케인이 멕시코만을 덮치는 그 순간 부시는 애리조나에서 사람들과 만나면서 허리케인 얘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은 만 하루가 지나서였다.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의 지나친 자신감과 참모들의 안일함이 여기에 깔려 있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부시 정권의 폐쇄성과 측근 중심의 정실인사가 지도력 위기를 가속화한다고 비판한다. 피아가 분명한 테러 상황에선 핵심측근들에 의존하는 의사결정 구조는 신속함과 결단력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한 국내사안을 다루는 데선 역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부시 정책 지지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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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시 정권의 정치적 악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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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위기가 부시 정권의 레임덕(권력누수) 시작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진보 성향 칼럼니스트 E J 디온은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부시의 시대는 카트리나로 막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재단 리 에드워즈 박사는 “부시가 어렵긴 하지만 위기는 아니다. 여전히 의회에선 공화당이 다수당이다”라고 반박했다. 며칠 전 존 로버츠 대법원장 인준투표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전원(55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은 그런 예라고 그는 말했다. 존 로버츠는 보수 성향이 분명한, 공화당 의원들이 좋아하는 인사였다. 사회보장제도 개혁처럼 논란투성이인 일반 정책에서도 공화당 의원들이 일사분란함을 보여줄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문제는 훼손된 지도력을 복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권력이란 한번 힘이 빠지면 되돌리긴 매우 어렵다. 퓨리서치센터 앤드루 코헛 코헛은 “부시에겐 자꾸 제동이 걸릴 것이다. 남은 임기를 위해선 뭔가 성취해야 한다. 멕시코만 복구가 그런 것일 수 있겠지만, 이런 일엔 시간이 너무 걸린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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