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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백인 경찰관 “정당방위” 거짓말…증거조작까지 드러나

등록 2015-04-09 16:49수정 2015-04-10 10:25

지난 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의 한 마을에서 경찰의 교통법규 단속에 걸린 50대 비무장 흑인 남성 월터 스콧이 도망가자 백인 경찰이 곧바로 등 뒤에서 권총을 발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의 한 마을에서 경찰의 교통법규 단속에 걸린 50대 비무장 흑인 남성 월터 스콧이 도망가자 백인 경찰이 곧바로 등 뒤에서 권총을 발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서 또…달아나는 흑인 등에 총 8발 ‘살해’
시민이 촬영한 동영상 통해 진실 밝혀져
캘리포니아 주의회, 시민 경찰채증법 추진
경찰 총기남용과 흑백 갈등에 시민들 분노
지난 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의 한 마을에서 백인 경찰관이 대낮에 비무장상태의 50대 흑인 남성을 등 뒤에서 8발이나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또다시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고 있다. 주 경찰은 7일 총격을 가한 경찰관 마이클 슬래거를 살인 혐의로 즉각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더욱이 경찰의 증거조작 시도가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은 툭 하면 불거지는 미국의 경찰관 총기 남용과 흑백 차별 문제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슬래거는 사건 당시 자동차 후미등이 부서졌다는 이유로 월터 스콧(50)을 차에서 내리게 했으나, “스콧이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빼앗아 달아나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정당방위’로 묻힐 뻔한 이 사건은 7일 <뉴욕 타임스>가 한 시민의 휴대폰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경찰의 ‘살인’과 ‘증거조작’ 의혹이라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바뀌었다.

앞서 사건 다음날인 5일, 숨진 스콧의 집에 파이딘 샌태나라는 이름의 청년이 찾아왔다. 그가 내민 삼성 휴대폰에는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녹화된 4분 분량의 동영상 2편이 저장돼 있었다. 동영상을 보면, 경찰의 주장과 달리 스콧은 폭력적 행위를 하지 않은 채 빈손으로 가볍게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슬래거는 곧장 권총을 뽑아들고 스콧의 등 뒤에서 무려 8발을 연속사격으로 발사했다. 탄창 한 개의 총알을 한꺼번에 다 쓴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에는 ‘탕, 탕, 탕, 탕…’ 날카로운 총성과 함께, 놀란 촬영자가 “오, 쉿!”을 연발하는 혼잣말도 들린다. 뿐만 아니라, 스콧이 쓰러지자 슬래거는 동료 경찰관과 함께 다가가 쓰러진 스콧 옆에 테이저건을 슬며시 놓아두는 장면도 고스란히 녹화됐다. 에디 드리거스 노스찰스턴 경찰서장조차 8일 기자회견에서 “동영상을 봤고, 내가 본 장면에 역겨웠다”고 말했다.

경찰이 쓰러진 스콧에게 다가가 생사를 확인하려고 목 부위의 맥박을 만져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경찰이 쓰러진 스콧에게 다가가 생사를 확인하려고 목 부위의 맥박을 만져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샌태나는 8일 <엔비시>(NBC) 방송 인터뷰에서 “(동영상을 공개할 경우) 경찰의 보복이 두려워 동영상을 지워버릴 생각도 했다”며 “그러나 경찰의 발표를 본 뒤 일이 잘못돼가고 있다는 걸 알고 화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경찰을 찾아가 총격 현장을 목격했고 동영상도 있다고 말했으나 두려운 나머지 그대로 도망쳐 나왔으며, 그 뒤 스콧의 유족을 찾아갔다고 털어놨다. 하마터면 억울하게 묻힐 뻔한 죽음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8일 노스찰스턴 시청 앞에서 열린 항의시위에 참가한 한 대학생은 <뉴욕 타임스>에 “동영상이 없었다면 우리는 진실을 몰랐을 것”이라며 “경찰관의 공무 집행과 냉혹한 살인은 명백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7일 경찰의 공무집행 행위를 시민이 사후 보복을 우려하지 않고 촬영할 수 있는 권리를 확실히 보장하는 새 법률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미국 법률전문 미디어 <코트하우스 뉴스>가 전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에서 백인 경찰이 비무장 흑인 시민을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다음날인 8일 주민들이 시청 앞에서 “나는 사람이다”,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노스찰스턴/AFP 연합뉴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에서 백인 경찰이 비무장 흑인 시민을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다음날인 8일 주민들이 시청 앞에서 “나는 사람이다”,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노스찰스턴/AFP 연합뉴스
캘리포니아주 상원 공공안전위원회의 리카도 라라 의원은 “(경찰 촬영을 둘러싼) 법적 불명료함 때문에 경찰과 시민 간 분쟁이 늘고 있다”며 “이 법안은 시민이 경찰의 공무집행 촬영을 허용하는 현행법과 수정헌법 1조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더욱 분명히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을 촬영하는 행위만으로 시민을 체포, 구금할 합리적 의심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는 취지다. 라라 의원은 “이 법안이 경찰 공무 집행에 대한 시민의 개입을 허용하는 건 아니다”며 “경찰의 권한 남용에 대한 시비를 해소하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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