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카드 결제처리 회사 ‘그래비티 페이먼트’
“직원들이 ‘아메리칸 드림’ 추구하도록 임금 인상”
“직원들이 ‘아메리칸 드림’ 추구하도록 임금 인상”
미국의 한 회사가 연봉 7만달러(약 7675만원)를 전직원들의 최저임금으로 책정했다. 연봉 7만달러가 행복의 한 요소라는 ‘행복론’에 공감한 이 회사 경영주의 결단이다.
미국 시애틀의 신용카드 결제 처리 회사인 ‘그래비티 페이먼트’의 최고경영자 댄 프라이스는 지난 13일 향후 3년 안에 전직원 120명의 연봉을 7만달러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해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 현재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7944원)이고, 이 회사가 있는 시애틀은 최근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렸다.
특히 프라이스는 자신의 기존 연봉 100만달러를 직원들의 새로운 최저임금과 같은 7만달러로 내려 직원들의 연봉 인상에 보태겠다고 발표했다. 또 올해 예상되는 자사의 이익 220만달러 가운데 75~80%를 직원 연봉 인상에 쓰겠다고도 밝혔다.
프라이스의 이번 결정은 최고경영자와 종업원의 임금 격차가 평균 300배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벌어져 있는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미국에서 빈부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졌던 19세기말 ‘도금시대’의 재벌 피어폰트 모건마저도 최고경영자와 일반 종업원의 임금격차는 20 대 1 정도여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현재 미국은 당시보다도 훨씬 극단적인 불평등으로 치닫은 상황에서 프라이스의 시도가 신선한 실험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그래비티 직원 120명 중 70명의 임금이 오르는데, 그 중 30명은 임금이 한꺼번에 두배로 인상된다. 프라이스는 자신의 발표에 직원들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진 뒤, “여러분 말고도 내가 지금 흥분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그는 종업원들이 집을 사고 아이들의 교육비를 내는 등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할 수 있도록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며, “이것이 자본가인 내가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19살 때 이 회사를 창업한 프라이스는 그동안 자신이 누린 사치는 스노보드를 타거나 술집에서 다른 사람들의 술값을 내는 정도라고 말했다.
프라이스가 이런 결단을 내린 배경이 된 것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앵거스 디턴의 행복감 증진 연구다. 카너먼 등은 소득이 상승함에 따라 ‘정서적 웰빙 지수’도 상승하지만, 일반적으로 그 한계점은 연봉 7만5000달러라고 지적한다. 정서적 웰빙 지수는 개인이 매일 느끼는 기쁨과 애정 등 경험의 질과 행복감 등의 강도와 빈도를 뜻한다.
카너먼 등은 소득이 7만5000달러보다 더 높아져도 정서적 웰빙지수가 그 이하 소득일 때보다 더 높아지지는 않는다며, 7만5000달러 이상의 연봉으로 더 큰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그 이하의 소득은 행복감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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