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예우…긴 계단 오르며 ‘밀담’
백악관 “공식행사 하루전 둘이서”
과거사 관련 메시지 있는지 관심
외신 “링컨 연설엔 화해·치유 담겨”
백악관 “공식행사 하루전 둘이서”
과거사 관련 메시지 있는지 관심
외신 “링컨 연설엔 화해·치유 담겨”
따뜻한 봄 기운이 완연한 27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워싱턴 ‘내셔널 몰’ 링컨기념관 앞.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방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공식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이날 기념관을 깜짝 방문했다. 두 정상은 긴 계단을 단둘이서 걸어 올라갔다. 이어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문이 새겨진 기념관 오른쪽과 재임 취임연설이 새겨진 기념관 왼쪽에서 두 정상은 뭔가 얘기를 나눴다.
두 정상은 이어 링컨 동상을 뒤로 한 채, 내셔널 몰의 반대편에 있는 워싱턴 기념탑을 바라봤다. 이곳은 미국 수도 워싱턴의 가장 웅장한 광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내셔널 몰에는 또한 2차 세계대전 기념관과 한국전쟁 기념관, 베트남전 기념관 등 역사적 기념물들이 즐비하다.
두 정상은 다시 단둘이서 긴 계단을 천천히 내려왔다.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에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두 정상은 악수를 하고 미소를 지으며 헤어졌다. 백악관 공동출입기자단은 20분가량 걸린 두 정상의 짧은 동행을 이렇게 전했다.
이날 이벤트는 예정에 없던 것이었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의도에서 아베 총리를 이곳에 안내했는지도 불분명하다. 다만, 백악관 쪽은 “이달은 남북전쟁 종식과 링컨 대통령 서거 150주년을 맞는 때”라며 “내일 공식 행사 전에 두 정상이 미국 역사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장소에서 일대일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이렇게 명소로 안내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내셔널 몰에 있는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관에 직접 안내한 바 있다. 그렇지만 매우 드문 일로, 외국 정상에게 친밀감을 보이는 상당히 파격적인 예우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이 이벤트에 파격적인 예우 이상의 메시지가 있는지도 관심이다.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맞는 올해 아베 총리에게 과거사와 관련한 무언의 메시지를 던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욕 타임스>는 “링컨 대통령의 재임 취임연설에는 화해와 치유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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