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23일 민권운동가들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회가 인종차별의 상징인 남부연합기를 없애자는 의안을 통과시킨 것을 지지하며 남부연합기를 태우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미국 남부 지역에서 여전히 게양되는 남북전쟁 당시의 남부연합기를 철폐하자는 운동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최근 찰스턴의 흑인교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자의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의 상징인 남부연합기를 철폐하자는 운동에 남부의 주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회는 23일 의사당에서 남부연합기를 퇴출시키자는 의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했다. 니키 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남부연합기는 철폐돼야 하며, 주의회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그동안 남부연합기 철폐에 대해 완강히 저항해온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회가 이날 투표에서는 압도적 표차로 관련 의안을 채택함에 따라 이 운동은 분수령을 넘게 됐다.
지난 17일 백인우월주의자 딜런 루프가 총기를 난사해 흑인 교인 9명이 숨진 이매뉴얼아프리카감리교회가 위치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 있는 명문 주립군사학교 시타델의 이사회도 23일 남부연합 해군기를 캠퍼스에서 퇴출시키기로 9대3으로 가결했다.
테리 맥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이 주의 자동차 번호판에서 남부연합기 문양을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메릴랜드,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주도 같은 조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남부연합기 문양을 주 깃발에 새겨놓은 마지막 주인 미시시피에서도 필립 건 주의회 의장이 이 문양의 제거를 촉구했다.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과 이베이, 구글, 대형 유통업체인 타깃, 백화점 체인인 시어스도 23일 남부연합기 및 유사 상품들의 판매를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남부연합기는 특정 그룹에 대한 혐오를 표현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내용은 허용하지 않는 우리의 광고 규정에 어긋난다고 결론내렸다”며 검색에서 몇몇 목록과 광고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22일 남부연합기가 새겨진 상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부연합기뿐만 아니라 인종차별과 관련된 인물과 관련된 상징물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요구도 확산되고 있다. 테네시주에서는 민주·공화 양당의 지도자들이 남북전쟁시기 남부연합의 장군이자 백인우월주의 단체 쿠클랙스클랜(KKK)의 지도자였던 네이선 베드포드의 흉상을 주 의사당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네소타주에서는 노예제 지지자였던 존 캘훈 전 부통령의 이름을 딴 호수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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