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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대법원 “동성결혼은 합헌”…미국 전역에서 허용

등록 2015-06-27 04:32수정 2015-06-28 16:16

수십년 이어져온 ‘동성결혼 합법화 논쟁’ 막 내려
미국 연방대법원이 26일(현지시간)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려, 미 50개 주 전역에서 동성 결혼이 허용됐다. 이 결정은 대법관 9명 중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이루어졌다. 사진은 이 소식이 알려지자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동성애자 커플이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 2015.6.27 연합
미국 연방대법원이 26일(현지시간)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려, 미 50개 주 전역에서 동성 결혼이 허용됐다. 이 결정은 대법관 9명 중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이루어졌다. 사진은 이 소식이 알려지자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동성애자 커플이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 2015.6.27 연합
미국 연방 대법원이 26일(현지시각) 동성 결혼이 합헌이라는 역사적 결정을 내렸다. 결정은 대법관 9명 가운데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내려졌다. 이로써 수도 워싱턴과 36개 주에서만 허용됐던 동성 결혼이 미국 전역에서 허용되게 됐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다수파를 대표해서 쓴 결정문에서 동성 커플들은 결혼을 할 기본권을 갖고 있다고 천명했다. 그는 “어떤 결합도 결혼보다 더 심오할 수 없다. 결혼은 사랑과 신의, 헌신, 희생 그리고 가족이라는 최고 이상을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로써 미국에서 수십년간 지속돼온 동성 결혼의 합법화 논쟁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대법원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 사회의 여론이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쪽으로 급속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인 공공종교연구소(PRRI)가 이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대법원의 합헌 결정을 전망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대법원은 앞서 2013년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이성 간 결합’이라고 규정해 동성 커플이 연방정부에서 부부에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한 1996년 결혼보호법(DOMA)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동성결혼을 금지해 달라’며 5개 주에서 제기한 상고를 각하함으로써 이들 지역에서 동성결혼 허용의 길을 텄다.

동북부의 매사추세츠 주가 2004년 5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이후 2000년대 말까지 동성결혼을 인정한 주는 손에 꼽을 정도였으나, 2013년 대법원 결정 이후 급속히 늘기 시작했다. 2013년 8곳, 2014년 16곳에 이어 현재 36개 주로 늘어났다.

이날 결정에는 진보 성향 4명의 대법관이 모두 찬성한 반면에, 보수 성향 4명의 대법관은 모두 반대했다. 이는 보수 진영에서는 여전히 동성 결혼에 거부감을 느끼는 기류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캐스팅 보트를 쥔 케네디 대법관이 찬성함으로써 합헌으로 결론이 났다. 케네디 대법관은 2013년 결혼보호법 위헌 결정 때도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다.

존 로버트 대법원장은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별도로 낸 소수 의견에서 미국 헌법은 동성 결혼이라는 주제와 관련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당신이 동성 결혼 확대에 찬성하는 미국인이라면 오늘 결정을 축하하라”면서 “그러나 헌법을 축하하지는 말라. 동성 결혼 문제는 헌법과 관련이 없다”고 썼다. 대표적인 반대파인 앤토닌 스칼리아 대법관도 별도의 소수 의견에서 “이번 결정은 선출되지 않은 위원회 9명에 의한 헌법 수정”이라며 “이는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썼다.

이날 미 의회 맞은편에 있는 대법원 앞에서는 수백명의 게이·레지비언들이 모여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환호성을 올렸다. 이들은 “사랑이 승리했다”(Love has won)는 구호를 외쳤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 “이것은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이미 그들의 가슴 속에서 믿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우리의 결합을 좀더 완벽한 것으로 만들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재판의 원고이자 게이인 짐 오버게펠에게 전화를 걸어 대법원의 결정을 축하했다.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결혼의 자유’라는 단체는 성명에서 “이날 승리는 자유와 평등, 포용, 무엇보다 사랑을 위한 중대한 승리”라며 “미국 역사상 최초로 사랑하고 헌신하는 커플들이 ‘결혼한다’라고 말할 자유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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