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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이 자유 더이상 부정될 수 없다”…40여년 ‘동성결혼 논란’ 합법화

등록 2015-06-28 20:11수정 2015-06-28 21:28

미국 백악관에 26일 무지개색 조명이 밝혀지자, 시민들이 근처 공원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다. 무지개색 조명은 동성애는 헌법상 기본권이라는 연방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의미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에 26일 무지개색 조명이 밝혀지자, 시민들이 근처 공원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다. 무지개색 조명은 동성애는 헌법상 기본권이라는 연방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의미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 역사적 판결
스톤월 저항 계기로 권익 운동
여론 변화가 결정에 큰 역할
“미국인 77% 동성애자와 친분”
백악관, 무지개 밝히며 환영
소수자 권익 보호운동이 새로운 궤도로 접어들었다. 소수자 중 가장 대표적인 집단이던 동성애에 대해 미국 연방 대법원이 26일(현지시각) 내린 역사적 판결 때문이다. 미 대법원은 동성결혼이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한다는 역사적 결정을 내림으로써 동성애자 권익 확보 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대법관 9명 중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내려진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수도 워싱턴과 36개 주에서만 허용됐던 동성 결혼이 미국 연방 차원에서 합법화됐다. 그동안 불법이었던 주에서 거주하는 동성 커플들은 결혼허가증을 받기 위해 법원으로 향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다수의견을 대표해 쓴 결정문에서 동성 커플들은 결혼을 할 기본 권리를 갖고 있다고 천명했다. 그는 “이 자유는 더이상 부정될 수 없다”며 “어떤 결합도 결혼보다 더 심오할 수 없다. 결혼은 사랑과 신의, 헌신, 희생 그리고 가족이라는 최고 이상을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로써 미국에서 40여년간 지속돼온 동성 결혼의 합법화 논쟁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미국에선 1969년 미국의 첫 동성애 인권운동으로 평가되는 스톤월 저항을 계기로 논쟁이 시작됐다. 스톤월 저항은 경찰이 뉴욕시 인근 ‘스톤월 인’이라는 동성애자 술집을 풍기문란 이유로 단속하자, 동성애자들이 집단적으로 저항한 사건을 말한다. 이를 계기로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여기던 사회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법정에서 첫 승리는 1993년 하와이에서였다. 주 대법원은 “주정부는 명백한 이유없이 동성결혼을 부인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공화당은 결혼을 이성간 결합으로 규정한 ‘결혼보호법’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며 전통적 결혼관 수호에 나섰다. 하지만 2003년 매사추세츠주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나서면서 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연방 대법원이 결혼보호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 동성결혼 합법화 대열에 참여하는 주가 급증했다.

이번 판결에는 동성결혼에 대한 급속한 여론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0년대 초 8명 중 7명이 이에 반대했으나, 지금은 60% 가량이 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8년 대선 때만해도 공화·민주 양당 후보들이 모두 동성결혼에 반대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12년부터 동성결혼 지지로 태도를 바꿨다. 여론 지형 변화에는 동성애자들의 커밍아웃이 큰 역할을 했다고 신문은 해석했다. 신문은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 77%가 개인적으로 동성애자들을 안다고 답변했다”며, 주변 사람들이 동성애자들임을 알면서 자연스럽게 이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2000년대 이후 대중매체에서 동성결혼을 자연스럽게 보여준 것도 큰 몫을 했다.

이번 결정에서 핵심 이슈 중 하나는 동성결혼 합법화 여부가 사법부의 결정 권한이냐는 것이었다. 반대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국민들이 내려야 할 결정을 사법부가 빼앗았다는 논지를 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현재 11개주와 워싱턴만 투표와 입법 절차라는 민주적 과정을 거쳐 합법화했다고 강조했다. 앤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소수 의견에서 “이번 결정은 선출되지 않은 위원회 9명에 의한 헌법 수정”이라며 “이는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썼다. 다수파는 민주주의가 변화를 위한 적절한 과정이지만, 동성커플들이 겪는 고통을 보호해야 할 긴급성이 있다는 논지를 폈다.

백악관은 외벽에 무지개색 조명을 밝히며 이번 결정에 환영을 표시했다. 전통적 결혼관을 고수하는 종교단체들은 이 논쟁을 둘러싼 다툼이 끝나지 않았다는 태도를 보였다. 일군의 복음주의 개신교 목사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이성만이 결혼할 수 있다는 신성한 믿음으로 사는 기관들의 권리를 정부가 침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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