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플레이보이지의 ‘올해의 메이트’로 뽑혀 표지에 실린 애나 니콜 스미스. AP 연합
내년 3월부터 재편…도발적 포즈 취한 여성만 게재
<플레이보이>의 수석편집자 코리 존스는 지난달 발행인 휴 헤프너를 그의 플레이보이 저택으로 찾아갔다. 그는 이 잡지의 발행인이자 여전히 편집국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89세의 헤프너에게 그가 건설한 ‘플레이보이’ 제국의 가장 큰 정체성을 바꾸자는 대담한 제안을 했다. 여성 누드 사진을 더이상 <플레이보이> 잡지에 게재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헤프너는 이 제안을 서슴없이 받아들였다.
성인 잡지의 개척자이자 대명사인 <플레이보이>가 여성 누드 사진을 게재하지 않는 등 대대적인 재편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플레이보이>는 내년 3월부터 이런 편집방침을 적용하며, 이 잡지의 인쇄판에는 단지 도발적인 포즈를 취하는 여성 사진만을 게재할 방침이다. 섹스심볼의 대명사인 마릴린 먼로의 누드를 게재한 1953년 첫 창간호 이후 가장 혁명적인 편집 쇄신이다.
<플레이보이>의 이같은 편집 쇄신은 인터넷과 모바일 앱의 보급에 따른 성문화 소비의 급변에 따른 조처이다. 플레이보이는 미국에서 섹스를 숨겨할 은밀한 일에서 공개적인 문제로 만드는 혁명의 주역이었다. 플레이보이 쪽의 경영진들은 플레이보이가 자신들이 개척한 변화에 추월당했음을 인정했다. 이들은 “우리는 그 싸움을 했고 승리했다”면서도 “이제 클릭 한번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성적 행위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됐고, 그래서 이제 이런 단계에서 떠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플레이보이는 전성기인 1975년에 발행부수 550만부에서 현재 80만부로 떨어진 상태이다. <플레이보이>는 1972년 11월호 700만부 이상을 팔며 최고를 기록했다.
플레이보이를 흉내낸 많은 잡지들은 사라졌다. 가장 막강한 경쟁자였던 <펜트하우스>는 인터넷 포르노 산업에 위협 앞에 더욱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추구했지만,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플레이보이>는 섹스 관련 콘텐츠의 선두 주자였지만, 전직 대통령 등 명사들과의 인터뷰와 진보적 관점의 신랄한 논평 기사, 유명 소설가과 아티스트들의 작품 등 수준높은 콘텐츠를 게재해 질높은 성인 잡지의 평을 들으며 브랜드 가치는 유지했다. 플레이보이의 토끼 로고를 단 패션 용품 등으로 플레이보이는 엔터테인먼트 제국으로 거듭 났다.
하지만, 이 제국의 상징인 잡지 <플레이보이>도 이미 3년 전에 여성을 성착취한다는 비난 앞에 좀더 완화된 수위의 여성 사진을 커버 사진을 차용하는 편집 쇄신을 단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추세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플레이보이>가 그 출발점이던 여성 누두 사진을 포기한 것은 이제 이 잡지보다도 더 비중이 커진 그 브랜드의 가치를 다듬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플레이보이 쪽이 조사에 따르면 플레이보이 브랜드는 애플과 나이키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의 하나이다. 현재 플레이보이의 대부분 수익은 브랜드 로열티에서 나오며, 특히 중국에서의 수입이 40%이다.
창간 62년만에 근본적인 쇄신을 단행하는 이 잡지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최고경영자 스콧 플랜더스는 말했다. 과거 콘텐츠들을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탑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8월부터 <플레이보이>는 웹사이트에서 누드 사진을 게재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독자들의 평균 연령이 47세에서 30세로 떨어졌다. 특히, 트래픽은 한달에 400만에서 1600만으로 늘었다.
<플레이보이>는 더 깨끗하고, 현대적인 스타일을 추구할 방침이다. 사진들은 ‘PG-13’(부모 지도 하에 13세 이상 관람가) 수준이 된다. 또 <플레이보이>의 심층 인터뷰 등 탐사보도와 소설 등 기존의 전통도 계속 추구한다. 주 대상 독자는 도시 젊은층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마릴린 먼로가 표지를 장식한 1953년 창간호.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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