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6자회담 언급 안한 ‘북핵 해법’…네오콘식 ‘강경론’ 되돌아가

등록 2015-10-18 19:37수정 2015-10-18 22:08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한국쪽 요구로 첫 ‘대북 공동성명’

“한미일 협력바탕 5자공조 공고히”
‘5 대 1 구도’ 구축 대북압박 강화
대북 비핵화 요구수준도 한층 높여
인권침해 규명에 평화통일론 역설
비핵화 협상엔 ‘진정성’ 단서 달아 

북 “평화협정 선행” 원론적 반응
북-미 물밑 접촉 가능성에 ‘촉각’
북핵·북한 문제와 관련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눈에 띄는 결과물은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공동성명) 발표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발표한 이 공동성명에서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한 게 특히 그렇다. 북핵 대응의 정책적 우선순위를 높이겠다는 공개 천명이다. 공동성명 채택을 한국 쪽이 먼저 제안했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언급에 비춰볼 때, 한국 쪽의 설득에 미국 쪽이 동의해 이뤄진 발표로 풀이된다.

문제는 대응의 방향이다. 무게중심이 ‘문턱 낮추기를 통한 6자회담 조기 재개’ 쪽이 아니라 대북 압박 강화에 쏠려 있다. 더구나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과 회견에서 ‘6자회담’을 한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한·미 정상이 밝힌 대북 대응 방향을 몇갈래로 짚어볼 수 있다. 첫째, ‘5 대 1 구도’ 구축을 통한 대북 압박 강화다. 박 대통령은 회견에서 “한·미·일 3자 협력을 바탕으로 (북한을 뺀 6자회담 참가국) 5자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중국이 대북 압력 행사에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6자회담 조기 재개’ 및 ‘북-미 대화’라는 북한과 중국의 접근법과 전혀 다른 길이다. 더구나 ‘5 대 1 구도’를 통한 대북 압박은 부시 미 행정부 시절 네오콘이 좋아하던 접근법이다.

둘째,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의 수준도 강경해졌다. 한-미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의 평화적 달성을 위한 우리의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전에 없던 “비가역적”이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완전, 검증 가능, 비가역적 비핵화’(CVID)는 ‘리비아식 해법’으로 불리는 네오콘의 슬로건이다. 북한 쪽은 카다피 체제 몰락 이후 리비아식 해법을 체제 붕괴 시도로 간주하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여왔다.

셋째,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강경 기조 천명이다. 두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전직 정부 고위 인사는 18일 “북한과 진지한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접근법”이라고 짚었다.

넷째, 박 대통령은 방미 기간에 “핵문제를 해결하는 궁극적이고 가장 빠른 방법은 평화통일”이라는 ‘지론’을 거듭 강조했다. “통일 한국은 평화의 산파가 될 것”이라며 “한-미 동맹의 기적의 역사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해나가야 할 때”라고도 했다.

북한이 ‘흡수통일 기도’(북핵 해법=통일)나 ‘리비아식 해법’(CVID), ‘고립압살책동’(5 대 1 구도)으로 간주할 접근법으로는 북쪽의 호응과 6자회담 재개를 기대하기 어렵다.

6자회담 재개의 실마리가 없지는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견에서 “북한은 ‘제재 해제와 (북-미) 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으며, 진지한 비핵화 대화 준비가 돼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면 우리도 (대화) 테이블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도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 있게 나온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협력적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미 정상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성공한 이란과 달리 북한은 ‘(적어도 현재로선) 진정성이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한·미 양국이 먼저 움직일 생각은 없다는 뜻이다.

다만 북한 쪽이 류윈산 중국 공산당 중앙위 상무위원의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 참석 등 최근의 북-중 관계 복원 기류 등을 고려해 적어도 당분간은 로켓 발사 등 군사적 위협 행동에 나서지 않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전망이다. 대신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 이후 미국 쪽이 북-미 간 물밑 또는 공개 접촉에 나설지를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 한동안 물밑 탐색전의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17일 ‘외무성 성명’을 발표해 한-미 정상회담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는 6자회담에서 비핵화 논의를 먼저 해보기도 했고 핵문제와 평화보장문제를 동시에 논의해보기도 했지만 합의가 이행으로 옮겨지지 못했다”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을 모든 문제에 선행시켜야 한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조(북)-미 사이에 신뢰를 조성해 전쟁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면 핵군비 경쟁도 궁극적으로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과 북한 사이에 접점의 여지가 넓어 보이진 않는다.

이제훈 최혜정 기자 nom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