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총선 낙관” 정해진 답변
조지 부시 대통령이 13일 이라크 주둔 미군과의 화상대화를 통해 이라크 상황의 낙관적 전망을 홍보하려다, 되레 사전각본 논란에 휩싸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 옆 아이젠하워빌딩에서, 이라크 티크리트에 주둔 중인 42보병사단 장병 10명과 화상대화를 가졌다. 이라크군 1명도 이 대화에 참여했다. 부시 대통령은 장병들에게 15일의 이라크 총선을 앞둔 치안상황과 전망, 이라크군 훈련상황 등 5~6개의 질문을 던졌다. 장병들의 대답은 모두 낙관적이었다.
“우리는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뭐든지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0개월간 이라크 보안군의 능력과 사기에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는 등의 답변이 나왔다.
문제는 기자단이 대통령보다 먼저 아이젠하워빌딩에 도착해, 국방부의 앨리슨 바버 부차관보가 장병들과 사전연습을 하는 장면을 엿보면서 불거졌다. 바버는 장병들에게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어떤 작전을 펴고 있나’라고 물으면 누가 대답하나”라고 묻고, 한 장병이 미리 준비한 답변을 하면 “그 다음에 마이크는 누구에게 넘겨야 하나”라고 묻는 식으로 예행연습을 했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바버 부차관보가 미리 읽은 질문과 거의 똑같은 질문을 장병들에게 던졌다. 화상대화가 끝난 뒤 <에이비방송>과 <시엔엔> 등 주요 방송들은 바버의 예행연습과 부시의 화상대화 장면을 비교해 보여주면서 “이번 행사는 각본에 따라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질문이 잇따르자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이런 행사엔 기술적 문제 때문에 어느 정도 사전조율이 이뤄진다. 그러나 장병들이 자기 생각을 얘기한 것은 사실”이라고 군색한 답변을 했다. 그는 또 “장병들은 대통령에게 질문을 할 기회가 있었다”고 말했지만, 실제 화상대화에서 대통령에게 질문을 한 병사는 아무도 없었다.
이날 발표된 3개 여론조사에서 부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38~40%로 집권 이래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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