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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경제난·인플레…‘차비스모’에 등 돌린 베네수엘라

등록 2015-12-07 20:07수정 2015-12-07 21:05

총선서 16년만에 우파 야당 승리
6일 치러진 베네수엘라 총선에서 야권 연합이 집권당에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베네수엘라 의회에서 16년만에 반미 사회주의 노선을 표방한 집권당이 우파 중심의 야권 연합에 다수당 지위를 넘겨주게 됐다.

야권연합 과반 넘는 일방적 승리
마두로 대통령·집권당 최대 위기
성장률 마이너스·물가 159% 폭등
경제 사정 나빠지자 지지율 급락
야권, 대통령 국민소환도 별러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7일 0시를 갓 넘긴 시각에 발표한 중간 집계결과, 전체 167석 중 야권 연합인 민주연합회의(MUD)가 적어도 99석, 집권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이 46석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이지만, 야당이 단독 과반을 훨씬 넘긴 일방적 승리를 거둔 셈이다. 티비사이 루세나 선관위원장은 “우리는 베네수엘라 국민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오늘 의회의 대표들을 선택한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고 남미 최대 위성방송 <텔레수르>가 전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야권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한 것은 1998년 강력한 반미 사회주의 노선을 내건 현 집권당의 우고 차베스가 집권한 이듬해인 1999년 제헌의회가 구성돼 총선을 실시한 이래 처음이다.

중간 개표가 발표되자 수도 카라카스의 거리에선 밤늦은 시각에도 야당 지지자들이 폭죽을 터뜨리며 환호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민주연합회의는 중도 좌파와 중도 우파 성향의 20여개 군소 야당을 아우른 정당연합체다.

2012년 대선에서 차베스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던 중도 우파 지도자 엔리케 카프릴레스는 트위터에 “베네수엘라가 승리했다. 우리는 겸손하고 차분하며 성숙한 마음으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들인다”는 글을 올려 승리를 선언했다.

반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선관위의 발표 직후 텔레비전 생방송 연설을 통해 “우리는 윤리의식을 갖고 선거 결과를 인정한다.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와 헌법이 승리했다”며 야권의 승리를 인정했다.

베네수엘라 의회는 단원제로, 167석 중 113석은 선출직, 51석은 정당명부제, 나머지 3석은 소수 원주민에 할당된다. 야권 연합은 이미 중간발표에서 단독과반(87석)을 훌쩍 넘겼고, 남은 19석 중 12석만 얻으면 의석의 3분의2를 확보해 막강한 의회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마두로 대통령과 집권당으로선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은 셈이다.

베네수엘라는 6년 임기의 대통령제여서, 이번 총선 결과로 정권이 바뀌는 건 아니다. 그러나 마두로 정부와 집권당, 지지층은 워낙 큰 차이의 패배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마두로는 2013년 대통령 재임 중 암으로 사망한 차베스의 뒤를 이어 6년 임기의 대통령에 당선한 뒤, 차베스식 사회주의 복지정책인 ‘차비스모’(차베스주의)를 계승해 추진해왔다.

마두로 대통령은 “오늘 선거는 경제 전쟁이 승리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선거 패배의 원인을 극심한 경제난 때문으로 여기고 있음을 내비쳤다.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전 대통령의 등장 이후 풍부한 석유 자원과 강력한 사회주의 복지정책, 자주 외교노선을 앞세우며 남미 좌파 국가들의 구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폭락하기 시작한 국제유가는 석유 자원 말고는 탄탄한 산업기반을 갖추지 못한 자원 부국들을 강타했다. 남미에서 유일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도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았다. 경제는 위축되고 물가는 살인적으로 치솟았다.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베네수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0%에 이르고, 물가는 무려 15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물가는 204%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의 한 연구원은 “베네수엘라는 심각한 거시경제 불균형에 처했으며, 유가 하락이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사정이 나빠질수록 집권당의 지지율도 급락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6일 “지난해부터 마두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주로 국제 유가의 하락에 따른 경제난 때문”이라며 “베네수엘라는 최근 몇년새 세계 최고 수준의 물가와 생필품 부족에 시달려왔으며, 물가가 너무 높아 시중에 유통되는 은행권(화폐)이 부족할 지경”이라고 보도했다.

야권 연합이 의회의 다수당이 되면서, 선명한 사회주의 노선의 집권당과 야권이 정국 주도권을 놓고 정면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동안 베네수엘라에서 부유한 보수층은 “차베스식 복지정책은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해왔고, 집권세력은 이런 비난을 “사회주의 정부를 전복하려는 반혁명 세력의 사보타주”라고 맞서왔다.

야권의 일부 강경파는 집권당의 실정 책임을 물어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 투표를 벼르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텔레수르>방송은 총선 며칠 전 “어려운 시기지만 차비스모는 죽지 않았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베네수엘라의 핵심 부문들이 ‘차비스모’에 등을 돌리지 않았으며, 많은 이들이 지난 16년 동안 정부가 이룬 사회적 성과를 말하고 차베스 이전 시기의 고통을 기억한다”고 보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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