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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샌더스는 ‘리얼리스트’가 될 수 있나

등록 2016-01-29 19:17수정 2016-02-11 09:39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버니 샌더스가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2월1일로 다가온 아이오와에서의 첫 경선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언론 등 여론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그에 대해 ‘칼’을 들이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주당 경선에서 그의 선전은 힐러리 클린턴의 독주에 대한 양념 정도로 치부됐다. 하지만 이제 미국의 조야는 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뉴욕 타임스>가 분석한 지지율 통계를 보면, 2월1일 열리는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에서 그의 지지율은 46%로 힐러리 클린턴과 동률이다. 11월초까지도 둘의 지지율은 25% 대 58%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다음 경선지인 뉴햄프셔에서는 54% 대 39%로 압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진정한 시험대는 아이오와가 아니다. 그를 향해 거세지고 있는 여론 공세이다.

첫째, 우리에게 익숙한 ‘색깔 공세’이다. 그가 ‘사회주의자’, ‘빨갱이’라고 딱지 붙이기 시작한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지 <월스트리트 저널>에 칼럼니스트인 페기 누넌은 ‘사회주의가 제2의 삶을 얻었다’라는 칼럼에서 샌더스로 미국에 사회주의가 부활했다고 선언했다. “버니 샌더스는 민주당 미래의 지표”라며, 빌 클린턴 이후 시장 친화적 중도 노선의 민주당은 저물고 있다고 규정한다.

둘째, 무책임한 선동꾼이라는 공세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28일 ‘버니 샌더스의 허구로 가득 찬 선거운동’이란 사설에서, “샌더스는 용기있게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허구적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사기를 원하는 이 나라의 일부에게 파는 정치인일 뿐이다”라고 규정한다. 신문은 “샌더스의 이야기는 유럽의 사회모델을 미국에서 어떻게 작동시킬지에 대한 환상적인 주장으로 계속된다”며 그가 말하는 공약은 세금 인상과 유럽식의 성장 침체만 부를 것이라고 비난한다. 샌더스가 이 사설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가 우리의 생각을 배짱 좋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면, 나는 이를 인정하겠다”고 말하자, 신문은 다음날 사설에서 ‘버니 샌더스의 생각들은 그리 배짱 좋은 것이 아니라, 유약하다”고 또 공격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28일치 사설 ‘버니의 아이스크림 가게’는 유명한 아이스크림 ‘벤 & 제리’의 창업자 벤 코언과 제리 그린필드가 샌더스의 열렬한 선거운동원으로 일하는 것을 지적한다. 월가의 대기업들을 비판하는 샌더스가 대기업의 수혜를 받고 있다는 위선을 보인다는 것이다.

셋째, 필패론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27일 ‘민주당원이 버니 샌더스를 후보로 지명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 데이나 밀뱅크는 샌더스가 진정성이 있고, 그를 지지하는 이유도 있지만, 공화당은 그가 후보가 되기를 원한다고 지적한다. “민주당원들이 사회주의 소유권과, 대규모 세금 인상, 정부의 극적인 확대를 받아들일” 샌더스를 지명한다면, “그들은 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정의길 국제에디터석 선임기자
정의길 국제에디터석 선임기자
샌더스는 이런 공세를 극복하고,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 정치정화, 월가 규제, 대학 무상교육,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공정한 과세 등으로 미국의 불평등을 혁파할 수 있을까? 미국의 정치인과 정책 노선은 보수와 진보가 아니라, ‘리얼리스트’(현실주의)와 ‘아이디얼리스트’(이상주의)로 구분된다. 1930년대 공황을 극복하고 민주당 전성 시대를 연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남부의 인종차별주의자들과 손을 잡고서라도 진보의 가치를 확대했다. 매카시즘의 주역 리처드 닉슨은 대통령이 되자, 중국과 손을 잡는 미국 외교의 대전환을 해서 미국의 냉전 승리 기초를 닦았다. 샌더스도 루스벨트와 닉슨의 냉혹한 리얼리즘을 구현할 수 있을까?

정의길 국제에디터석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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