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네티안 호텔에서 열린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토론회 시작에 앞서 마코 루비오(왼쪽부터), 벤 카슨, 도널드 트럼프, 테드 크루즈, 젭 부시 후보가 국기에 대해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우스캐롤라이나·네바다 경선 앞두고 진흙탕 싸움
‘거짓말쟁이’, ‘정신질환’, ‘조작’ 막말에 ‘개 짖는 소리’ 흉내까지.
시중의 저잣거리에서나 들을법한 소리 같지만, 미국 대선 주자들이 상대 당 후보나 경쟁자를 향해 쏟아내는 말과 행동들이다.
미국 대선 경선 3차 관문인 공화당의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와민주당의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를 앞두고 대선판이 상호비방으로 얼룩지는 등 갈수록 혼탁해 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보다는 공화당 주자들 간의 갈등이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와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이 테드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을 거짓말쟁이라고 협공하고,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트럼프를 향해 조작의 달인이라고 비판하는 등 서로 물고 물리는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는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크루즈 의원에 대해 “완전히 불안정한 사람이고, 정치권이든 다른 분야든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 중에 가장 큰 거짓말쟁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16일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는 아예 크루즈 의원을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라고 일갈했다.
이는 자신이 지금은 낙태에 반대하지만, 과거에는 분명히 찬성했고, 또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를 지지하며, 대통령이 되면 수정헌법 2조에 보장된 총기소유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크루즈 의원의 주장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루비오 의원도 14일 CNN 인터뷰에서 크루즈 의원 측이 앞서 아이오와 코커스 당시 ‘벤 카슨이 경선을 중도에 포기할 수 있다’는 거짓 정보를 흘려 유권자들의 표심을 왜곡하고, 또 자신의 이민개혁 및 동성결혼 관련 입장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크루즈 의원이 선거 내내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고 있다. 거짓말이라는 말 이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크루즈 의원은 “트럼프와 루비오 의원이 똑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
누군가 사실적 기록에 대해 얘기하는데 거짓말이라는 소리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젭 부시 전 주지사는 16일 CBS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조작의 달인’(masterat manipulation)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선거는 선거다. 그런데 이번에는 독설과 증오, 분열로 가득 찬 트럼프와 각종 새로운 기술 때문에 이전의 선거와는 약간 다르다”면서 “내 생각에 트럼프는 조작의 달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구체적인 공약도 없이 ‘막말’과 ‘기행’으로인기를 끌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왜곡하고 있다는 논리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경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공화당 주자들을싸잡아 비판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개 짖는 소리를 내 미 주요 언론이 ‘힐러리가 개처럼 짖었다’는 제목을 기사를 올렸다.
클린턴 전 장관은 15일 네바다 리노 유세에서 공직 출마자가 거짓말을 할 경우 개가 거짓말에 반응해 자동으로 짓도록 훈련한 예전 아칸소 시골 마을의 한 라디오 코믹 광고를 거론하면서 “이것을 공화당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 중인데 훈련된 개가 공화당 주자들을 따라다니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지나치게 많은 규제가경기 대침체를 초래했다’는 말과 같은 거짓말을 하면 곧바로 짓게 하는 것”이라며 직접 개 짖는 소리를 생생하게 4차례 흉내 내 보였다.
이에 트럼프는 16일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 어거스타 유세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개처럼 짖었다”고 꼬집으면서 “만약 내가 그랬더라면 여기저기서 조롱을 당했을 것이다. 나는 그녀를 따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트럼프한테 무슨 문제가 있느냐. 따라서 (내 주변에선) 개 짖는 소리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2016년 미국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경선 후보들의 첫 텔레비전 토론.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