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 영웅’서 ’해사 행위자’로? 주디스 밀러
“게이트 연루 모르고 밀러 옹호” 켈러 편집국장, 정면 비판
취재원 보호를 이유로 구속됐던 주디스 밀러 <뉴욕타임스> 기자와, 그를 옹호해왔던 <뉴욕타임스>가 이젠 갈등 관계로 접어들었다.
<뉴욕타임스> 빌 켈러 편집국장은 22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주디스 밀러 사건을 다루는 데서 잘못이 있었음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밀러는 이른바 ‘리크게이트’와 관련해 취재원을 공개하라는 법원 명령을 거부해 85일간 구속수감됐다 최근 풀려났다.
‘리크게이트’란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한 전직 대사 조지프 윌슨의 아내가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이란 사실을 백악관 고위관리들이 언론에 흘린 사건이다. 이 사건엔 특별검사가 임명돼 지난 2년여 동안 누설자를 찾기 위해 수사해왔으며,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루이스 리비 부통령실 비서실장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상태다. 밀러 기자는 최근 법정증언에서 리비 실장으로부터 정보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켈러 편집국장은 “(백악관이) 윌슨을 흠집내기 위해 은밀히 흘리는 정보를 받는 대상자 중 한사람이 밀러 기자였다는 걸 알지 못했다”며 “밀러는 이 문제에 관해 <뉴욕타임스> 워싱턴지국장을 오도했다”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가 밀러 기자를 정면으로 비난한 건 처음으로, 최근까지 이 신문은 밀러의 취재원 보호를 ‘언론자유를 위한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칭찬해왔다.
켈러 국장은 “밀러 기자와 루이스 리비 부통령실 비서실장의 복잡한 관계를 알았더라면 좀더 일찍 특별검사와 (취재원 공개 문제에 관해) 타협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뉴욕타임스>가 독자에게 진실을 전하기보다 자사 기자를 보호하는 데 더 중점을 두는 게 아니냐는 인식을 심어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밀러 기자는 성명을 내고 “켈러의 주장은 심각하게 부정확하다”며 “나는 워싱턴지국장을 오도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나는 (백악관 관리들이) 고의적이고 조직적으로 윌슨을 상처내기 위한 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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