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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버냉키 새 FRB의장 지명 “그린스펀 정책 계승하겠다”

등록 2005-10-25 18:46수정 2005-10-25 22:55

<b>오는 이 가는 이</b> 24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지명된 벤 버냉키(왼쪽)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이 퇴임을 앞둔 앨런 그린스펀 의장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오는 이 가는 이 24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지명된 벤 버냉키(왼쪽)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이 퇴임을 앞둔 앨런 그린스펀 의장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미국경제 어디로] 지명연설서 “2005년 3.4% 성장률 꼭 지키겠다” 물가목표 공개 주장 ‘조심스런 개혁’ 전망도
벤 버냉키(51)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미국의 차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의장으로 지명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4일(현지시각), 뉴욕 증시는 오름세 속에 마감됐다.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환영 발언이 나왔다. 학계에선 “최선의 선택”이란 찬사가 잇따랐다.

지난 18년간 경제대통령으로 불린 앨런 그린스펀 현 의장의 뒤를 이은 버냉키의 첫발은 이렇게 아주 순탄했다. 그러나 내년 2월 임기를 시작할 버냉키는 그린스펀의 뒤를 좇는 데 그치지 않고 “조심스런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망했다.

증시 오름세…정치권 “환영”

인플레이션 대처에 관심=버냉키는 지명 직후 백악관 연설에서 “그린스펀 시대의 정책과 정책전략들을 계승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월가와 학계에선 이미 연준 이사로 재직 중인 버냉키가 그린스펀 시절의 정책기조들을 큰 틀에서 유지하리라는 데 이견이 없다. 주가 상승은 이런 안정감의 반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버냉키는 백악관의 가장 안전한 선택이다. 그는 통화정책의 계승과 최소한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평했다. 버냉키의 통화정책을 살펴보면, 중앙은행의 최우선 정책목표로 낮은 인플레이션에 강조점을 두어온 그린스펀의 정책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그러나 스타일에서 버냉키는 그린스펀과 차별된다.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주요 현안에서 의도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취했던 그린스펀과 달리, 버냉키는 연준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강력하게 주창해 왔다. 연준의 예측이나 정책목표를 최대한 대중에게 공개하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일정조차 비공개이던 연준 회의가 그의 주도 아래 지금은 3주 전에 회의 일정을 공개하는 걸로 바뀌었다.

특히 물가안정을 위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분명하게 설정하자는 그의 주장이 앞으로 어떻게 정책화할지 주목된다. 그린스펀은 위기관리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미리 공개하는 데 반대해 왔다.

버냉키의 이런 기조가 조지 부시 행정부와 당장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버냉키는 최근 의회에 출석해, 미국의 현 인플레이션 수준이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는 기미를 보인다면, 그는 그린스펀보다 강력하게 물가안정 정책을 추진하며 정치권과 갈등할 가능성이 있다.


버냉키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이날 의장 지명 뒤 연설에서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핵심 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올해 목표인 3.4%의 성장률을 꼭 지키겠다”며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인사 난맥상 부시 한숨 돌려

상원 인준 무난할 듯=버냉키 지명이 정치적으로 조명받는 건 최근 부시 대통령의 인사가 극도의 난맥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의 개인변호사 출신으로 연방대법관에 지명된 해리엇 마이어스는 내달 상원 인준을 통과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나 자질을 인정하는 버냉키를 연준 의장에 지명함으로써 부시가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은 버냉키 지명을 환영하면서도 그가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검증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상원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버냉키는 공화당원이면서도 비정치적 색채가 뚜렷해, 상원 인준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이란 데 별 이견이 없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성장중시 전망” 호재 판단

국내 금융시장 반응은

벤 버냉키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이 새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것이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버냉키 의장이 물가보다는 성장을 중시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는 해석이 일부에서 나오면서 일단 주식시장은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앨런 그린스펀 현 의장의 임기가 아직도 내년 1월까지 남아 있는 만큼 지금까지의 정책 기조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 이후 버냉키가 어떤 정책을 펼지도 확실치 않은 만큼 섣불리 예단하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격적 금리인상 없을 것”…“예단 어렵다” 신중도

전문가들이 버냉키의 지명이 주가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는 점은, 최근 주식시장의 핵심 화두인 미국의 금리인상이 공격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는 대체로 미국이 현재 3.75%인 연방기금금리를 내년 1월까지 4.5%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린스펀보다 공격적인 스타일의 새 의장이 지명된다면 5%대까지 인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해왔다. 이는 달러 강세로 이어지면서 최근 한국·대만 등 신흥시장에서 유동성이 위축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버냉키가 원칙적인 시장주의자라면, 주식시장의 악재요인이 다소 완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의 경우 버냉키의 지명은 달러 강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 연말까지는 달러 강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임지원 제이피(JP)모건 박사는 “버냉키는 상대적으로 비둘기파에 속한다”며 “연준이 금리를 4.5% 수준까지 계속 올리겠지만 5% 이상까지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는 “물론 달러 강세는 연말까지는 지속돼 달러/원 환율이 1090까지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부장도 “미국 연방기금금리가 4.5%까지 오를 것이라고 보지만 그 이후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며 “현재로선 버냉키의 지명이 어떤 영향을 줄지는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의 지명을 곧바로 금리 인상 강도 약화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박석현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버냉키 의장의 과거 연준 이사 시절의 성향과 백악관 경력 때문에 이런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의장 지명 직후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맨 먼저 강조했다는 점에서 정책금리 전망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부시와 돈독…정치색은 뚜렷하지 않아

버냉키는 누구

벤 버냉키 새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 지명자 약력
벤 버냉키 새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 지명자 약력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 지명자는 3년 전 연준 이사에 뽑힐 때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학계 외부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뉴욕 월가의 실물경제를 몸으로 체득한 인물인 반면, 버냉키는 스탠퍼드, 프린스턴 대학 등 주로 상아탑에서 거시경제학과 금융정책 이론가로 명성을 날렸다.

2002년 그를 발탁한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 6월 미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다시 4개월여 만에 ‘미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막강한 자리에 앉힘으로써 높은 신임을 드러냈다. 그러나 부시와의 돈독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정치색은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평을 듣는다.

모호한 말을 즐겨 써 시장을 헷갈리게 하곤 했던 그린스펀과 달리 그는 평이한 화법을 좋아한다. 연준 이사로 함께 일했던 로리 너빈은 <에이피통신>에 “그는 큰 그림을 포착하는 데 매우 뛰어나며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내는 재능이 있다”고 평가했다.

1600점 만점의 미국 대입학력고사(SAT)에서 1590점을 얻을 정도로 학업성적이 좋았으며, 1975년 하버드대 졸업 당시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프린스턴 대학 교수에서 관직에 나갈 당시 매일 양복을 입는 것을 싫어해 회의 석상에 하와이풍 셔츠와 반바지 차림을 제의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서민적인 면모도 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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