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언론과 전화 인터뷰를 하던 도중 곤란한 질문이 나오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구설에 올랐다.
14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자사 기자인 마크 피셔와 윌 홉슨이 전날 오후 트럼프와 전화로 인터뷰를 하던 중 그의 과거 ‘대변인 행세 언론 인터뷰’ 논란에 관한 질문을 꺼내자 트럼프가 갑자기 전화를 끊었다.
두 기자는 “이 질문 끝에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전화가 그냥 끊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두 기자는 곧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고, 이에 전화를 받은 트럼프의 비서는 “금방 전화가 끊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트럼프는 지금전화를 받을 수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25년 전 마치 자신이 트럼프의 대변인인 것처럼 가장해 언론 인터뷰를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WP는 1991년 ‘피플 매거진’의 수 카스웰 기자가 트럼프의 사생활을 취재하기 위해 맨해튼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고, 전화 인터뷰 요청 5분 만에 존 밀러라는 대변인이 답신 전화를 했는데 이 밀러라는 사람이 트럼프 자신으로 밝혀졌다고 전날 보도했다.
WP가 공개한 14분20초 분량의 당시 녹취록을 보면 밀러가 트럼프의 첫째 부인 이반나와의 12년에 걸친 결혼생활, 뉴욕 언론의 가십면을 장식했던 유명 연예인들과의 염문 등에 대해 시원시원하게 대답하는 것으로 돼 있다.
WP는 “목소리 톤이나 자신감에 넘친 말투 등 딱 듣기만 해도 단번에 트럼프라는것을 알 수 있다”면서 “트럼프가 대변인을 가장해 자기 자랑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같은 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전혀 내 목소리 같지 않다. 내 목소리를 흉내 내는 사람이 아주 많은데 이것도 그런 사기 중 하나로 보인다”고 일축했지만, CNN 방송을 비롯한 미 주요 언론은 음성분석 전문가까지 동원해 ‘존 밀러와 트럼프는 동일인’이라며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