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25시간동안의 농성을 풀고 미국 하원 본회의장을 나선 존 루이스 하원의원(왼쪽)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총기참사를 계기로 총기규제 입법을 요구하며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서 이례적인 연좌농성을 벌였던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대선 때 표로 심판해 달라”며 25시간 동안의 농성을 풀었다.
농성을 주도했던 유명한 인권운동가 출신의 존 루이스 하원의원은 23일(현지시각) 낮 기자들을 만나 “(총기규제 입법 성사를 위한) 결의를 더 굳힌 뒤 (휴회가 끝나는) 7월5일에 다시 이곳에 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의사당 동쪽에서 총기규제 지지자들을 향해서도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것은 첫걸음일 뿐이다. 가을 대선 때 표로 심판해 달라”고 말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이날 새벽 3시에 휴회를 선언했지만 연좌농성은 낮까지 계속됐다.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연좌농성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항의 모습이) 텔레비전에 나오게 하려고 한다. 이것은 정치자금 모금을 간청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것이 정치적 연기가 아니라면 왜 이런 비극을 이용해 모금하려 하는가”라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라이언 의장은 총기구매자의 신원조회를 확대하는 등의 총기규제 법안을 표결하자는 민주당 요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총기규제법이 통과되지 못했지만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과 연좌농성 등으로 총기 위험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농성을 푼 뒤, 이날 상원에서는 온건 성향의 공화당 수전 콜린스 의원의 주도로 새로 발의한 총기규제 법안에 대한 표결을 시도했지만, 통과에 필요한 60표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