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경찰, 위법 가능성 시인…"현장 동영상 없다” 공표 의혹 불러
미국 시카고에서 비무장 흑인 10대 절도 용의자가 경찰 총격을 받고 숨지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여느 때와 다른 점은 경찰 당국이 사건 발생 이틀 만에 총 쏜 경관 3명을 즉각 보직 해임하고 경찰 행위의 위법 가능성을 시인한 데 있다.
1일(이하 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7시30분께 시카고 남부 사우스쇼어 지구에서 도난 신고된 고급 브랜드 차량 ‘재규어’ 컨버터블을 타고가던 폴 오닐(18)이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려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
오닐의 차는 진로를 막아선 경찰차를 피하다가 길가에 주차된 자동차를 들이받았고, 이어 오닐이 차에서 내려 달아나다가 사살됐다.
경찰 대변인은 “경관 2명이 순찰차 안에서 총을 쏘기 시작했고, 제3의 경관이 차에서 내려 오닐의 등을 명중했다”고 설명했다.
오닐과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친구(17)는 경찰에 체포됐으며 도난 차량 소지 혐의로 기소됐다 검시소 측은 오닐의 죽음을 ‘살인’으로 규정했다.
경찰은 오닐에게 발포한 3명 가운데 2명이 총기 사용 관련 경찰 내규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비무장 상태였던 오닐에게 왜 총을 쐈는지, 오닐이 직접 차를 몰았는지 조수석에 타고 있었는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대변인은 “해당 경관들을 보직 해임하고, 행정직으로 전환시킬 예정”이라며 독립경찰수사국과 경찰 내부 수사를 통해 책임을 벗지 않는 한 경찰직으로 복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미 전역에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확산하고, 시카고 경찰이 인종차별 관행·공권력 남용·경찰 가혹행위 축소 은폐의혹·감독 시스템 부패 등에 대한 연방 법무부의 조사를 받는 가운데 벌어져 당국자들을 긴장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카고 경찰이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신속한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평했고, 일각에서는 “경찰 문화가 바뀌기 시작한 것인가”라며 기대를 표했다.
하지만 사건에 개입된 경관들이 몸에 다는 블랙박스 ‘바디캠’을 착용하고 있었다는 당초 발표와 달리 1일 경찰 수뇌부가 “녹화된 영상이 없다”고 공언하면서 새로운 의혹이 일고 있다.
오닐의 친구와 지역 주민들은 흑인 용의자에게 총부터 쏘고 보는 경찰 관행을 규탄하고, 오닐의 죽음을 애도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사건 현장 동영상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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