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각) LA에서 ‘사드 반대’ 집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행진을 벌이고 있다.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 집회가 100일 넘게 계속 되고있다. 한국 각 지역에서 이에 동조하는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21일(현지시각) 이를 지지하는 집회가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번스윅(메인주) 등 주요 대도시에서 동시에 열렸다. 이날 집회는 미국내 평화 시민단체들이 모여 구성한 ‘사드 한국배치와 아태지역 군사화 저지를 위한 미국 태스크포스(TF)’가 주도해 미국내 여러 진보·평화단체들과 재미한인들이 함께 했다.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앤서, 평화재향군인회 등 미국의 평화단체와 한인들이 함께 했다. 1990년까지 30여년간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근무한 뒤, 이후 평화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래이 맥거번은 이날 집회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가 동북아의 평화를 저해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21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드 한국배치와 아태지역 군사화 저지를 위한 미국 태스크포스’ 제공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집회에도 한인은 물론 평화재향군인회, 국제행동센터, 앤서와 일본과 필리핀의 반전평화단체 회원 70여명이 모여 ‘전쟁 반대’를 외쳤다. 평화재향군인회 소속 피터 브론슨은 “언론의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만, 수만명의 군사가 참여하는 전쟁연습을 매년 하며, ‘적의 정권을 붕괴하고 지도자를 참수한다’는 작전까지 연습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땅에 살고 있는 우리가 적극 나서서 성주, 김천과 연대해 전쟁을 일으키는 사드 배치를 강력히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총영사관 앞에서 집회가 열렸는데, 보수단체의 사드 배치 찬성 집회와 동시에 맞물려 혼란 속에 진행됐다. 보수단체 회원 20여명이 먼저 시위 장소에 나와 ‘사드 한국 배치 적극 환영’, ‘북핵 없어야 평화 온다’ 등의 피켓을 들고 사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종북 빨갱이들은 북한으로 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보수단체와 진보단체의 집회가 동시에 열리는 바람에 양쪽의 물리적 충돌을 우려한 경찰이 출동해 집회 진행상황을 지켜보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 집회에 참석한 앤서의 프레스톤 우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뿐 아니라, 우리 미국인을 위해서도 사드를 반대한다”며 “미국의 취약한 사회복지와 교육에 쓸 예산을 미국이 경찰국가 행세를 하며 전쟁위기를 높이는 곳에 쓰는 것을 반대해야 우리 자녀들이 더 살만한 곳이 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사드 한국배치와 아태지역 군사화 저지를 위한 미국 태스크포스(TF)’는 지난 10월 초부터 사드 반대 목소리에 동조하는 단체의 지지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한 작업을 해왔다.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84개 단체의 지지선언이 이어졌다. 미국 녹색당을 비롯해 평화재향군인회, 국제행동센터, 앤서 등 많은 미국 평화·진보단체는 물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스위스이 국제평화국 등 10여개의 유럽 평화단체들도 지지를 표명했다.
대표적인 진보학자인 MIT의 노엄 촘스키 교수, 데니스 구치니치 전 미 연방 하원의원, 한국 전문가인 시카고대학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 전 미국 연방 법무장관 렘지 크라크 등 미국내 진보적 인사들의 지지선언도 이어졌다.
8차례에 걸쳐 미 하원의원을 지냈고, 두 차례나 민주당 대선 예비후부로 출마했던 구치니치 의원은 태스크포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 하원의원 시절 조사한 바로는, 이 시스템(사드)은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다. 작동 효율성을 차치하고라도, 사드 시스템의 (한반도) 배치는 ‘선 방위, 후 무력행사’인 듯 하지만, 실은 전쟁을 야기하는 호전적인 행위이다. 한미군사훈련과 더불어 사드 시스템은 이미 갈등의 최고조에 달한 북한과의 관계에 추가부담만을 안길 뿐이다. 사드는 평화를 위한 기술이 아니다. 전쟁을 위한 것이다. 기술에 의존하지 말고 가슴의 힘으로 북한의 형제, 자매들과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을 재개해야 한다”라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태스크포스의 미디어담당 시몬 천씨는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여러 단체와 저명인사를 접촉했다고 말했다. 천씨는 “촘스키 교수는 오랫동안 한국의 진보·노동·평화·제주 강정·백남기 농민 공권력 탄압 사태까지 꾸준한 관심과 연대를 보였고, 이번 사드 배치 반대에도 강력한 반대 의사 표시를 했다. 촘스키 교수는 특히 주요 언론에서 무시되는 개인, 시민단체의 진보·노동·평화 운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꺼이 서명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사드 반대 집회는 지난 14일,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시작됐다. 버클리의 루터 교회에서 열린 이 모임에는 한인과 다른 민족 참가자 50여명이 모여 한반도 평화를 염원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여성운동가 그윈 커크와 유시(UC)산타크루즈 크리스틴 홍 교수는 “사드의 한국 배치가 중국과 러시아 등의 이해관계와 대치되며, 한반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드 한국배치와 아태지역 군사화 저지를 위한 미국 태스크포스’는 앞으로도 사드의 한국 배치 저지를 위해 미국내 교육과 홍보작업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이철호 통신원
지난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 버클리 루터 교회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현수막과 손팻말, 촛불을 들고 있다. ‘사드 한국배치와 아태지역 군사화 저지를 위한 미국 태스크포스’ 제공
2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현수막과 손팻말, 촛불을 들고 있다. ‘사드 한국배치와 아태지역 군사화 저지를 위한 미국 태스크포스’ 제공
21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한국의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드 한국배치와 아태지역 군사화 저지를 위한 미국 태스크포스’ 제공
21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 참가한 시민이 ‘성주와 함께, 김천과 함께’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드 한국배치와 아태지역 군사화 저지를 위한 미국 태스크포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