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화당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에 대해 한인사회도 많이 당황하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9일(현지시각) 트럼프 당선 소식을 들은 한인사회에선 특히 이민정책에 대한 우려가 컸다. 윤대중 미주한인봉사 교육단체 협의회 사무국장은 “오늘 아침부터 청소년/부모 추방유예 폐지에 대한 걱정과 문의 전화가 많이 왔다.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행정명령을 다 취소하겠다는 발언을 하고 있어 걱정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행정명령이 취소될 경우, 약 1만명 정도의 한인이 어려움을 겪는 대상이 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014년, 강제추방위기에 처한 미성년자와 그 부모를 대상으로 한 추방유예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민법 변호사인 존 유는 “장기적으론 이민자들을 껴안는 쪽으로 정책을 펼 수 밖에 없겠지만, 당장은 반이민 분위기로 갈 것 같다”며 “또 한인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이 한국에서 미국에 들어올 때 필요한 비자 발급이 갈수록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어려워지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선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티브 강 한미민주당협회 부회장은 또 “트럼프가 공약대로 오바마케어를 폐지할 경우, 보험업계에 종사하는 한인들, 그리고 (한인) 서류미비자들에게 당장 피해가 닥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아이를 키우는 한인 어머니들은 “그동안은 소수계에 대한 차별 발언을 하면 비정상적인 사람 취급을 받으니 백인들도 대놓고 맘 속의 말을 내뱉지 않았는데,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람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하니, 앞으론 우리 아이들에 대한 차별이 더 공공연해질까봐 걱정된다”는 걱정이 많았다.
한편,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던 ‘숨은 한인 트럼프 지지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계정(SNS) 등을 통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도 ‘트럼프 당선 이후’의 변화된 모습이기도 하다. 곽건용 엘에이(LA) 향린교회 목사는 “개인적으론 실망이 크지만, 동성애에 대한 민주당 정책에 대해 많은 한인교회에서 반감을 갖고 있어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일부 한인들이 트럼프를 지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이철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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