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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 재앙일까

등록 2016-11-11 20:48수정 2016-11-11 20:53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9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의 힐튼 미드타운 호텔에서 수락 연설을 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9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의 힐튼 미드타운 호텔에서 수락 연설을 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제훈
통일외교팀장 nomad@hani.co.kr

‘아웃사이더’ ‘이단아’로 불려온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공직 경험이 없다. 그만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여성·성소수자·이민자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기는 ‘갈등과 균열의 극단화’ 전략을 구사했다. <뉴욕 타임스>는 그를 ‘bigot’(편협한 광신자)이라 규정했다. 세계가 근심스런 눈길로 미국의 향배를 살피는 이유다.

많은 것을 짚고 고민해야 하지만, 외교안보 분야로 초점을 좁힌다. 질문은 세가지다. 첫째,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어떠할까? 둘째,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셋째, 우리한테 ‘기회의 시간’은 있을까?

우선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가늠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에 대외정책의 원칙과 비전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제시하지 않아서다. 다만 그는 대선 기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줄기차게 외쳤다. 대외정책적 함의는 이렇다. ‘비개입주의+동맹 재조정+압도적 군사력 보유’가 핵심이다. 그는 “우리는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 없다”(9월26일 대선 1차 텔레비전 토론)거나 “유럽·아시아가 비용을 분담하지 않으면 스스로 자국 방어를 하도록 해야 한다”(4월27일 대외정책 연설)고 강조했다. ‘미국=세계의 경찰’이라며 동맹 중시의 개입주의 노선을 걸어온 공화당의 전통과 결이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트럼프의 말’과 ‘공화당 정강정책’ 가운데 어느 쪽으로 수렴하느냐가 중요하다. 꼭 챙겨봐야 할 대목이다. 공화당이 트럼프를 길들이면, 변화의 폭이 ‘트럼프의 말’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가 공화당을 길들이면 ‘한-미 동맹 구조조정’의 가속화가 불가피하다. 트럼프는 ‘돈 안 드는 동맹’을 원한다. 한국이 ‘미국 의존적 안보’에 목을 맨다면, 국내총생산(GDP)의 2.6%인 국방비를 미국 수준(4%)으로 높이는 등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라는 압력에 시달릴 위험이 크다. 복지·교육 예산 감축 등 재정 배분 왜곡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를 앞당기는 등 ‘한국 방위의 한국화’와 화해·협력하는 동북아 질서를 추구하는 대안적 경로를 모색해야 한다. 노태우·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추구해온 길이다.

둘째,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지난 20여년 한-미 정부의 ‘북핵 문제’를 비롯한 외교정책 조정 경과를 보면 하나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김대중-빌 클린턴’(1998~2000년) 시기엔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와 금창리 지하핵시설 의혹으로 정세가 긴장됐지만, ‘페리 프로세스’라 불리는 김대중 정부 주도의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포괄적 접근전략’을 토대로 사상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북-미의 공존을 선언한 ‘공동코뮈니케’ 채택과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 추진이 있었다. ‘김대중·노무현-조지 부시’(2001~2007년) 시기엔 부시 행정부의 강경 대북정책과 북한의 1차 핵실험 등으로 대립이 격화했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화와 협상’ 노선으로 2차 남북정상회담과 동북아 탈냉전의 로드맵으로 불리는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이 있었다. ‘이명박·박근혜-버락 오바마’(2008~2016년) 시기엔 북한의 4차례 핵실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북한 붕괴’를 염두에 둔 대북 강경정책으로 정세가 얼어붙었다. 강경한 부시 시절에도 회담과 합의가 있었다. 외교를 중시한 오바마 시절엔 오히려 6자회담이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결국 핵심은 한국 정부의 선택이다.

셋째, ‘기회의 시간’이 있을까? 경험·준비·사람이 모두 부족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안보팀을 짜고 정책을 벼려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려면 길게는 1년여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 ‘1년의 시간’이 한국엔 기회가 될 수 있다. 전제가 있다. 한국 정부가 튼실한 민주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주도적으로, 지혜롭게 움직여야 한다. 권력의 민주적 정당성이 궤멸해 사실상 작동 불능 상태인 박근혜 정부에 기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새로운 권력 중심과 정책 수행 주체의 형성이 조기에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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