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렉스 틸러슨 지명…러시아와 관계 개선 염두 분석
틸러슨 ‘러시아 제재’에 반대…공화당서도 크게 반발할 듯
틸러슨 ‘러시아 제재’에 반대…공화당서도 크게 반발할 듯
미국 차기 국무장관에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 렉스 틸러슨(64)이 지명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차기 행정부의 국무장관에 틸러슨을 지명할 것이라고 트럼프 인수위 관계자들이 전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는 13일 오전 이를 발표한다.
러시아에 많은 사업 이권을 가져서 친러시아 성향을 보이는 틸러슨은 의회 인준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틸러슨은 공직 경험이 없으나, 엑손의 최고경영자로 외국 지도자들과의 밀접한 친분을 쌓아왔다. 트럼프는 틸러슨의 이런 인맥과 자신이 주장하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틸러슨을 국무장관에 지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이 국무장관으로 거론했던 밋 롬니 전 공화당 대선 후보에 전화를 걸어 국무장관 지명이 안 된다고 전했으며, 롬니도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된 것이 영광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그동안 롬니를 비롯해,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장 등을 국무장관 후보로 놓고 저울질 해왔다.
트럼프는 틸러슨이 많은 인사들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엄청난 이점”이라며 “러시아에서 큰 계약들을” 했다고 말했다. 틸러슨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천억달러로 평가하는 에너지 개발 합작사업을 2011년 러시아와 맺으며, 푸틴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는 이 사업으로 러시아 정부로부터 ‘우호훈장’을 받았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트럼프는 틸러슨의 이런 러시아 인맥을 높이 산 것으로 전해졌다.
틸러슨이 엑손의 최고경영자로서 수행한 각종 사업들은 그의 의회 인준 청문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이 확실하다.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 영향력 확장을 추구하는 러시아가 미국 안보이익에 최대 위협이라고 주장하는 공화당 의원들도 틸러슨의 국무장관 지명에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2006년부터 엑손의 최고경영자로 재직해온 틸러슨은 내년에 은퇴하는데 그의 연금펀드는 수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평가되며, 미 국무부의 정책에 따라 그 가치가 영향을 받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전 세계 6대륙 50개국 이상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엑손은 특정 국가들에 대한 국무부의 정책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특히, 틸러슨은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내전 개입과 관련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해제될 경우, 엑손과 그는 큰 사업적 이득을 얻는다.
텍사스 출신인 틸러슨은 1975년 엑손에 입사한 뒤 줄곧 일해왔고, 공직 경험이 전무하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 벡텔의 회장 출신인 조지 슐츠가 국무장관에 임명된 적이 있으나, 슐츠는 앞서 정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가 지난 2011년 8월30일 러시아의 흑해 연안 휴양도시 소치에서 열린 한 사업계약식에서 블라디미르 푸친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소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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