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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의회 청문회는 정책만 묻는다고?

등록 2017-01-19 17:16수정 2017-01-19 21:54

렉스 틸러슨(왼쪽) 미국 국무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렉스 틸러슨(왼쪽) 미국 국무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지난 11일 미국 상원 상무위원회 청문회장.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 후보자 인준 청문회는 차오의 남편인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의 소개로 시작됐다. 청문회 내내 차오는 트럼프의 대선 공약인 교통 기반시설 확충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구체적 답변 대신 “앞으로 의회와 잘 협력해 처리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상원 최고 실력자 남편을 둔 차오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까지 찬사를 늘어놓았다.

같은 시각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장.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는 의원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거대 석유기업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당시 러시아와 쌓은 친분이 문제가 됐다. 푸틴의 러시아에 대해 틸러슨이 새 외교 사령탑으로서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가 공격 대상이었다. 공화당 차세대 주자인 마코 루비오 의원은 당 지도부의 협조 요청도 무시한 채 마구 몰아붙였다.

이날 나란히 열린 두 청문회는 행정부 견제에는 날카로우면서도 ‘자기 식구’에게는 창끝이 무딘 미 의회의 두 얼굴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차오는 정부 고위직 역임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트럼프가 부른 가장 큰 이유는 남편 때문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배경 탓에 청문회는 논란거리들이 제대로 질의되지 않은 채 3시간 만에 끝났다. 반면 틸러슨 청문회는 9시간을 넘겼다.

미 의회의 공직자 인준 청문회에는 후보자가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나온다. 부인과 자녀들, 때론 손자까지 참석한다. 질의도 주로 정책에 집중된다. 하지만 이는 개인신상 관련 사항은 인선 과정에서 검증을 통해 1차적으로 걸러지고, 청문회에 앞서 의원들의 요구에 세세한 항목까지 모두 다 제시했기에 가능하다. 한국처럼 “(지금은 말하지 않고) 청문회에서 밝히겠습니다”라며 넘어갈 순 없다. 청문회에서도 개인 검증은 치밀하게 다뤄진다. 가족들이 참석했다고 봐주진 않는다.

일레인 차오 미국 교통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일레인 차오 미국 교통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차오 후보자도 개인신상 검증은 피해갈 수 없었다. 상원이 이날 공개한 신상자료에는 대학 졸업 뒤 가졌던 모든 직업, 최근 10년간 기업·정부 관련 모든 자문 활동, 각종 사회·친목단체 활동 내역은 물론 해당 단체가 회원 자격에서 인종·국적 등에 제한을 두는지 여부까지 공개됐다. 이밖에 최근 10년간 500달러 이상 정치적 기부 행위가 금액과 함께 공개됐고, 모든 저술과 기고 활동 내역도 제출됐다. 기업을 포함해 각종 단체로부터 제공받았던 혜택도 공개됐는데, 차오가 노스웨스트항공 이사회에서 활동하면서 지난해 합병한 델타항공으로부터 할인 항공권을 제공받았던 사실도 포함됐다.

한국과 달리 미 의회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준 거부권을 갖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장관 후보자 대다수가 아직 상원 인준을 통과하지 못해 트럼프는 내각을 절반가량 비운 채 백악관에 입성하게 됐다. <폴리티코>는 취임일 기준으로 인준 각료 수를 집계하면, 1993년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24년 만에 ‘최저’라고 예상했다. 1989년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행정부 출범 당시에는 단 한명의 장관도 인준받지 못한 적이 있다.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끝나면, 1200여개에 이르는 각 부처 부장관, 차관, 차관보 등에 대한 의회의 인사 청문회가 또 이어진다. 미 의회 안팎에서 과도한 인사 청문회로 인한 업무 마비 등을 우려하는 시각은 거의 없다. 막강한 권한을 지닌 행정부를 의회가 제대로 견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워싱턴의 일반적 기류다.

워싱턴/장진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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