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일 열린 국가조찬 기도회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 등 타종교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화하면서 극우적 기독교 복음주의 중심의 ‘신정국가’로 미국을 재편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2일 기독교 지도자들이 참여한 조찬기도회에서 ‘존슨 수정헌법’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한 발언은 미국 사회의 근간인 ‘정교분리’를 뒤흔드는 것이다. ‘존슨 수정헌법‘은 교회 등 면세 혜택을 받고 있는 비영리기구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으로, 린든 존슨 전 미국 대통령이 상원의원 재직 시절인 1954년에 발의해 초당적 지지를 받아 제정됐다. 또 존슨 수정헌법이 아니어도, 미국은 건국 과정에서부터 ‘정교분리 원칙’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많은 성직자들은 이 금지 조항을 풀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도 교회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언급하는 순간, 교인들이 분리돼 목회 활동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복음주의 여론조사 기관인 ‘라이프웨이 리서치’ 조사결과를 봐도, 미국인 가운데 80%는 목사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수정헌법을 폐지하는 것도 절차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하원 의원의 3분의 2가 발의해야 하고, 전체 주 가운데 4분의 3에 해당하는 주의 의회가 비준해야 한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조차도 정교분리 원칙 침해를 원치 않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자신의 지지기반인 극우적 기독교인들을 향한 ‘구애’ 성격이 짙어 보인다. 또, 국세청이 목사들의 정치적 발언을 문제삼아 면세 혜택을 박탈한 사례는 1995년 한번뿐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보수적 목사들이 트럼프의 발언에 힘입어 더 이상 국세청을 의식하지 않고 보다 더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를 밝히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다. 존슨 수정헌법을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는 행정명령을 발동할 수도 있다.
성직자들이 정치적 후보에 대한 지지와 반대 의사를 밝힐 경우, 면세 혜택을 박탈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고 주장해온 사회적 보수주의자들은 트럼프의 발언을 반겼다. 보수적 기독교단체인 가족연구위원회의 토니 퍼킨스 회장은 <뉴욕 타임스>에 “(트럼프가) 과녁을 제대로 겨냥했다. 훌륭하다. 목사들은 자신이 설교로 말하는 것에 대해 오직 신에게만 책임을 질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이날 조찬기도회에서 “미국을 사랑하고 미국의 가치관을 사랑하는 사람을 원하다”며 미국 입국자의 종교·가치관 검증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것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이미 지난해 8월 오하이오주에서 ‘반 테러 대책’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이민자를 막기 위해 “‘특단의 심사’를 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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