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미국 상원 전체회의에서 법무장관 인준안이 통과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법무장관직을 맡게 된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이 인준안 통과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난민 행정명령’ 입안에 개입하고 인종차별 논란을 빚었던 제프 세션스(71) 상원의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장관직을 맡게 됐다.
미국 상원은 8일 회의를 열어 세션스 법무장관 후보자 인준안을 찬성 52표 대 반대 47표로 통과시켰다. 이번 인준투표는 야당인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중 단 한명만이 찬성표를 던졌을 정도로 철저히 당파적으로 나뉘어졌다. 세션스가 법무장관을 맡게 되면서 미 정부는 앞으로 이민과 인권, 낙태 등의 문제에서 강경 보수 쪽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세션스의 인준투표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원내 발언 금지 조처가 내려지기도 했다.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흑인 민권운동 지도자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부인 코레타 스콧 킹이 1986년 세션스가 연방지방법원 판사로 지명됐을 당시 그의 인준에 반대하며 쓴 편지를 읽은 게 문제가 됐다. 편지는 “세션스는 나이 든 흑인 유권자들을 위협하기 위해 자신의 무시무시한 권력을 사용했다”고 말하고 있다. 당시 인종차별 발언이 문제가 돼 세션스의 연방판사 지명은 철회됐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8일 제프 세션스 공화당 상원의원의 법무장관 지명에 반대하며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부인 코레타 스콧 킹이 1986년 세션스의 연방지방법원 판사 인준에 반대하면서 의회에 보냈던 편지를 읽고 있다. 워런 의원은 이 편지를 읽다가 원내에서의 발언을 금지당하자 옆방으로 옮겨 편지를 끝까지 읽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워런 의원이 편지를 읽어나가자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동료 의원의 자질을 의심하지 못하도록 한 상원 규칙’을 들어 반발했고, 표결을 통해 세션스의 인준 절차가 끝날 때까지 워런 의원의 발언을 금지시켰다. 매코널은 “워런에게 경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계속했다”(Nevertheless, she persisted)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등에선 매코널의 이 발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계속했다’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슬로건이 되어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원내에서 발언이 막힌 워런은 원외에서 스타로 떠오르며 차기 민주당의 대선주자로 확실히 인식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공화당이 워런 의원의 마이크를 빼앗고, 그에게 확성기를 건네줬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 6일 불법체류자를 가정부로 몇년 동안 고용했다고 시인하면서 자격 논란이 커진 앤드루 퍼즈더 노동장관 후보자가 이전에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체인의 전체 직원 가운데 약 40%를 불법체류자로 채웠다는 말이 퍼지면서 인준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퍼즈더 후보자는 지난해 8월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이민세관단속국에서 단속에 나선다고 하면 식당 직원의 40%가 출근하지 않곤 했다”고 말했다. 퍼즈더는 프랜차이즈 ‘하디스'와 ‘칼스주니어' 등을 운영하는 ‘CKE 레스토랑'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는 오는 16일 퍼즈더의 인준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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