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열린 건강보험법안 관련 회의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는 트럼프케어가 도널드 트럼프의 충성 지지세력과 공화당 온건 보수 양쪽에서 협공을 받고 있다. 트럼프 미국 공화당 행정부가 내분으로 출범 이후 최대 균열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를 적극 지지하는 ‘대안 우익’ 등과 공화당 내 티파티 등 강경 보수 세력들은 최근 공화당이 발표한 새로운 건강보험 체계인 트럼프케어가 ‘오바마케어를 완전히 폐지하는 대체안이 못된다’고 극렬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4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도입한 전국민 건강보험 체계인 오바마케어를 완전히 폐지하고 새 법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미 의회 상원의 온건한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트럼프케어 도입으로 무보험자가 증가하는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법안 통과가 불가능하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날 전했다. 앞서 의회예산처는 트럼프케어가 도입될 경우 내년에만 1400만명의 무보험자가 새로 발생하는 등 향후 10년 동안 모두 2400만명의 무보험자가 생길 것이라고 추산했다.
워싱턴 의사당 앞에서는 트럼프케어에 반대하는 우익 집회가 열렸다. 미국의 풀뿌리 보수 운동인 티파티 운동을 불지폈던 우익단체 프리덤웍스가 주최한 이 집회에는 테드 크루즈, 마크 리,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이 참석했다. 백악관의 수석전략가로 실세인 스티븐 배넌이 운영했던 <브레이트바트>도 이 집회를 적극 지지했다. 트럼프의 충성 세력들은 트럼프케어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주류들이 추진한 ‘라이언케어’라고 비난했다. 랜드 폴 의원은 “라이언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연대는 없다”며 “의회예산처의 보고로 라이언이 그 법안을 통과시키기는 어려워졌고, 그의 주장도 타당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브레이트바트>는 라이언 의장이 지난 대선 때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육성녹음을 입수해 방송하는 등 라이언을 비난하며, 트럼프와의 관계를 벌리고도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라이언 의장이 주도한 법안을 추진하면서 대통령직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며, 이는 노동계층과 중산층 유권자, 특히 연방정부의 보조에 의존하는 노년층 등 트럼프 지지층을 균열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그러나 상원에서는 10여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케어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의회를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법안 수정을 다짐하고 있다. 현재 상원에서 공화와 민주 양당 의석은 52 대 48로, 두 표가 이탈하면 트럼프케어의 상원 통과는 불가능해진다. 트럼프 케어를 반대하는 상원 공화당 의원 다수는 이 법안이 오바마케어보다 비도시 지역의 노년층 등 취약계층의 혜택을 줄이고 의료비 부담을 늘린다고 반대하고 있다. 존 부즈먼 공화당 상원의원은 “내 관심사는 법안을 일정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