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사건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 할리우드의 감독·제작자·배우 로버트 레드퍼드가 45년 전 그때처럼 “진실이 위험에 처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적대적 언론관을 비판하고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레드퍼드는 지난 31일 ‘워터게이트 45년 후, 진실이 다시 위험에 처했다’라는 제목으로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문을 실었다. 레드퍼드는 자신이 기획한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1976) 때문에, 워터게이트 사건이 발생한 1972년과 현재 상황의 유사성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한다고 했다. 그는 “(유사성은) 많이 있다”며 우선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트럼프의 언론관이 닮았다고 했다. 트럼프가 언론과 “지속적인 전쟁”을 치른다고 공언하며 언론인들을 “지상에서 가장 부정직한 부류의 인간들”이라고 한 것은 닉슨 행정부가 “부당하고 터무니없다”고 언론을 공격한 것을 떠오르게 한다고 썼다.
레드퍼드는 “건전하고 정확한 저널리즘이 민주주의를 지켜준다”, “권력에 굶주린 사람을 제어하는 데는 이런 언론이 가장 효과적인 무기”라며 비판적 언론에 대한 지지를 표현했다.
레드퍼드는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보다 지금이 더 비관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민주·공화 양당 정치인들이 정파적 이해를 뛰어넘어 “부패하고 범죄적인 대통령”을 몰아내는 데 협조했지만, 지금은 미국이 갈라져 있고 진실을 붙잡기가 더 어려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워터게이트 사건 때는 결국 닉슨의 고문과 법무부 장관 등이 진실의 편에 섰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그는 “워터게이트 같은 사건이 재발하면 우리는 또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면서도, 당시 폭로에 가담한 존 딘 백악관 법률고문의 “언제나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라는 말을 인용했다.
레드퍼드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 역을 맡았다. 함께 사건을 이끈 칼 번스틴 기자 역은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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