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이 10월혁명 100년 만에 재집권한다?
에콰도르 대선에서 그의 이름을 딴 좌파 후보 레닌 모레노(64)가 당선됐다. 집권당인 국가연합당 후보인 모레노는 3일(현지시각) 99% 개표 완료 상태에서 51.17%를 득표해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모레노는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에서 부통령을 역임했다. 에콰도르에서 좌파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아르헨티나, 브라질, 페루로 이어지던 남미의 우파 집권 바람은 주춤하게 됐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트위터에 “21세기 사회주의는 언제나 승리한다”, “축하한다, 레닌 동지”라고 썼다.
모레노는 1998년 강도가 쏜 총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됐다. 당시 치유가 어려운 통증을 ‘웃음 치료법’으로 극복했다는 그는 웃음과 유머, 행복을 소재로 책 여러 권을 썼다. 유엔 장애인 문제 특별대사를 지내는 등 장애인 문제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이런 공로로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모레노의 당선으로 영국 런던의 에콰도르대사관에서 5년째 망명 생활을 하는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야당 후보 기예르모 라소는 자신이 결선에서 이기면 어산지를 대사관에서 내쫓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에 고무된 어산지는 “라소는 30일 안에 에콰도르를 떠나라”며 트위터로 역공에 나섰다.
원주민과 메스티조(유럽계-아메리카 원주민 혼혈인) 아이들에게 통합 교육을 해온 교사 출신인 그의 아버지는 블라디미르 레닌을 존경해 아들 이름으로 ‘레닌’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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